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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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는 만나는 작품마다 색깔이 달랐던 작가입니다.

나의 계량스푼은 내 뜻대로 상대의 행동을 좌우할 수 있는 판타지적 캐릭터가 등장하여

죄와 벌, 복수와 악의 등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을 다룬 작품입니다.

테두리 없는 거울은 각기 색다른 다섯 편의 괴담이 실린 작품집이고,

츠나구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이어주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등장한 판타지입니다.

, ‘오더 메이드 살인 클럽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자신을 죽여 달라는 여중생이 등장하는

특이한 성장기이자 미스터리입니다.

 

이처럼 굉장히 특별한 설정이 들어있는 판타지-괴담-미스터리를 겪은 탓에

아침이 온다정말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좀 과하게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여자아이를 낳았으나 키울 수 없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난임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입양을 선택한 40대 여자 구리하라와

반항기로 가득 찬 불장난 끝에 임신을 하게 된 여중생 히카리가 그녀들입니다.

초반부가 구리하라의 고통스런 불임의 나날과 입양 결심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면,

중반부터는 히카리의 혼란스러운 사춘기 시절과 임신-출산의 과정,

그리고 출산 후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히카리의 신산스런 삶이 그려집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입양한 아이와 함께 평온한 삶을 살던 구리하라가

생모인 히카리로부터 아이를 내놓거나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독자는 아이 또는 돈을 요구하는 히카리가 생모 히카리가 맞는지도 혼란스럽고,

맞다면 왜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된 지금에 와서 그런 요구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출판사는 사회파 · 가족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소개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아침이 온다는 순수한 휴머니즘 소설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불임녀 구리하라의 심적 고통과 입양 결심 과정의 갈등이라든가

임신과 출산, 연인의 배신, 가족과 친지들의 싸늘한 시선을 겪다가

결국 막장이나 다름없는 차가운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10대 소녀 히카리의 혼란은

간결하지만 바늘 끝처럼 아프게 느껴지는 츠지무라 미즈키의 문장들 속에서

극단적일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얻긴 합니다.

 

다만,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극성이 강한 작품인 건 맞는데,

솔직히 평가하자면 익히 예상 가능한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조라서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강렬한 한 방을 기대한 독자에겐 좀 심심하게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작가의 이름과 장르에 기대지 말고 극단적인 삶을 부여받은 두 여자의 이야기로 읽어야만

작가가 의도한 주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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