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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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해외다큐 채널에서 불법적인 수렵이나 낚시행위를 감시하는

제복 입은 자들을 팔로우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습니다.

제목에 Warden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제복 입은 자들은 (방송이니까 그렇겠지만) 공정하고 단호하게 위법행위를 적발하며,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소중히 여기는 믿음직한 감시관들입니다.

위험한 현장 업무이다 보니 남녀를 불문하고 대체로 마초적인 캐릭터로 보이곤 했는데,

오픈 시즌의 주인공이자 와이오밍 주 새들스트링 지구의 수렵 감시관 조 피킷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전형적인 수렵 감시관과는 거리가 한참 먼 꽤 얌전한 인물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수렵 감시관이 되길 꿈꾼 타고난 자연주의자이며,

아내와 두 딸과의 소소한 행복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선한 인물입니다.

비록 사격솜씨는 형편없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박봉과 격무에도 불구하고 천직이라는 신념 하나로 와이오밍의 대자연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연이은 살인사건과 영문 모를 상황들이 한꺼번에 닥칩니다.

자신과 악연이던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집 뒷마당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그를 조사하기 위해 정찰나간 사냥캠프에서는 예기치 못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과거 그의 멘토였던 자는 침체된 마을을 부활시킬 대규모 개발 사업을 언급하며

조에게 박봉의 수렵 감시관을 그만두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합류할 것을 권합니다.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과 박봉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갈등 때문에

조의 머리는 여러 갈래로 복잡해집니다.

그러던 중, 진실을 찾기 위해 살인사건 조사를 시작한 조에게 연이어 재앙이 몰려옵니다.

일과 가족 모두가 위태로워진 조는 위험을 무릅쓴 탐문 끝에

이 모든 일들이 결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합니다.

 

출판사 소개글을 읽어보니 이 작품의 장르를 에코 스릴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선한 수렵 감시관, 멸종위기종, 보호지를 개발해 이권을 챙기려는 세력 등의 소재만 봐도

왜 그런 장르로 분류됐는지, 또 대략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분명 스릴러지 계몽극은 아닙니다.

아마 난개발을 막고 자연을 지키자는 주제가 과하게 부각됐다면

조 피킷 시리즈가 17편까지 출간됐을 리는 절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렵 감시관 주변에서 17편까지 출간될만한 사건이 계속 벌어졌다고?”라는 점은

저 역시도 무척 궁금한 점이지만 그건 후속작을 읽어봐야 답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저절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광활한 대자연에 대한 세세한 묘사,

소심하지만 선하고 정의로운 조 피킷과 그의 개성 만점 가족들,

그리고 뻔한 듯 보이지만 결코 뻔하게 읽히지 않는 에코 스릴러로서의 매력 등

오픈 시즌은 그 나름의 미덕을 충분히 갖춘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다만...

아무래도 시리즈 첫 편이다 보니 조 피킷의 캐릭터에 관한 설명이 많았고,

사건 역시 분량(300페이지)에 딱 맞게끔 비교적 단선적으로 전개돼서

어중간한 중편소설을 읽다 만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명탐정도 아니고 형사사건에 관해 조사할 수도 없는 일개수렵 감시관이라

행동에 의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꽤 많은 목숨이 날아간 사건임에도 범인의 욕망이 손에 잡힐 듯 읽히지 않았다는 점 등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와 배경 설정에 비해 몇몇 아쉬운 점이 남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시리즈가 17편까지 나왔다면 보통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부터 소개되기 마련인데

과감하게(?) 시리즈 첫 편부터 출간된 걸 보면 머잖아 후속작이 나올 것이 분명해 보이고,

그렇다면 조 피킷이 점차 진짜 수렵 감시관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을 테니

첫 편에서 느낀 아쉬움도 조금씩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에코 스릴러라는, 어쩌면 장르 자체가 소재를 제한할 수도 있는 불리한 입장에서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조 피킷을 유능한 수렵 감시관이자 스릴러 주인공으로 성장시켜갈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지켜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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