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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쿨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들어 몇몇 웰 메이드 첩보물을 책으로 읽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첩보물은 영상이 제격’이란 편견을 갖고 있어서
이야기든 캐릭터든 웬만큼 소문이 났어도 좀처럼 책으론 접할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22편까지 출간된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도 그런 이유로 지금껏 외면했었는데
단지 ‘잭 리처가 아직 30대이고 현역 헌병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라는 소개글 한 줄에 끌려
그의 초창기 모습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겠다는 객기(?)를 부리게 됐습니다.
‘나이트 스쿨’은 과거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21번째로 출간된 ‘잭 리처 시리즈’입니다.
잭 리처에게 주어진 미션은 중동테러조직에 넘어갈 1억 달러 상당의 정체불명의 ‘상품’과
그 ‘상품’을 거래하려는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신원미상의 ‘미국인’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국가안보위원회의 두 거물과 FBI 및 CIA에서 차출된 요원까지 가세한 가운데
리처는 자신의 최측근인 프랜시스 니글리 상사를 불러들여 최정예 팀을 꾸립니다.
그리고 외교 분쟁 우려 때문에 폭력 한 번 제대로 휘두르기 어려운 독일 함부르크에서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식으로 ‘상품’과 ‘미국인’을 찾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1억 달러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은 무엇인가?
‘미국인’은 왜 하필 독일을 근거지로 거래를 하려는 것일까?
특정 기간 동안 함부르크에 체류했던 ‘미국인’ 한 명을 찾는 것은 거의 무모한 일이지만
리처는 특유의 감각과 추론으로 서서히 범위를 좁혀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모두들 고개를 설레설레 젓지만 리처는 매번 그가 올바른 선택을 했음을 입증합니다.
그 와중에 불의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코앞에서 용의자를 놓치기도 하지만
리처는 희미하게 남은 단서들을 통해 자신에게 부여된 미션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습니다.
또,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도 매력적인 남자 주인공답게 에로틱한 연애를 만끽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지략과 완력과 마초적 매력을 모두 갖춘 완벽한 캐릭터의 결정체입니다.
어느 분의 서평에서 ‘액션이 너무 적은 것이 안타깝다’는 문구를 봤는데,
잭 리처를 책으로 처음 만난 저로서도 액션에 능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직관과 논리적 추론에 모두 능한 명탐정에 가까운 그의 캐릭터는 약간은 의외였습니다.
물론 독일에서 비밀리에 벌이는 미국 국가안보위원회의 작전이니 만큼
비밀 유지가 되지 않으면 크나큰 외교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인 건 알겠지만
소소한 액션 장면 몇 개 외엔 리처의 파괴력을 맛볼 수 없는 점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몇몇 장면에서 대단한 흥분을 느낀 걸 보면
액션으로 도배된 작품에서라면 엄청난 폭발력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습니다.
책으로 읽는 첩보물의 매력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게 사실인데,
‘나이트 스쿨’ 덕분에 ‘잭 리처 시리즈’는 아무래도 출간 순서대로 찾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어딘가 배배 꼬인 듯한 리 차일드의 촌철살인의 문장들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폭주하는 잭 리처의 통쾌한 액션을 맛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서평을 마치는 대로 당장 국내 출간 순서부터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사족으로..
채널 돌리는 중에 잠깐밖에 못 봤지만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잭 리처 역할을 맡았기 때문인지
읽는 내내 ‘195cm의 키에 110kg의 거구’라는 표현이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는데,
모르긴 해도 이건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아마 작가인 리 차일드 역시 자신이 만든 잭 리처와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잭 리처 사이에서
꽤나 혼란을 느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