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트레인저
할런 코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9월
평점 :
아름다운 아내 커린과 두 아들과 함께 평범하지만 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애덤은
어느 날 한 술집에서 그에게 접근한 낯선 자로부터 아내의 비밀을 전해 듣고 경악한다.
바로 몇 년 전 아내가 임신하고 유산했던 일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
충격적인 이야기에 애덤은 진실을 확인하려 하지만,
그의 추궁을 들은 아내 커린은 도리어 자취를 감추고 만다.
커린의 행방을 추적하며 자신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가는 애덤 앞에
낯선 자와 동행했던 여성의 시신이 나타나고 예상치 못한 사건과 폭로가 잇따르며
애덤은 그의 삶이 위태로운 거짓속에 감싸여 아슬아슬한 벼랑 끝에 서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출판사의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 ● ●
‘홀드 타이트’(구간 제목 ‘아들의 방’) 이후 거의 2년 반 만에 만난 할런 코벤의 작품입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코벤의 이야기는 ‘가족’에서 출발합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행복과 믿음이란 울타리 안에서 소박한 삶을 영위하던 몇몇 가족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낯선 자’로 인해 위기를 겪거나 균열을 맛보거나 완벽히 붕괴됩니다.
‘낯선 자’는 가족 누군가의 시한폭탄 같은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때론 돈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가족의 위기와 균열을 막기 위해 적잖은 돈을 들여 비밀을 봉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아무 대가도 요구받지 않은 경우, 시한폭탄 같은 가족의 비밀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는
온전히 그 비밀을 전해들은 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내 남편, 내 아내, 내 아이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려준다면,
그것도 아무 대가 없이 그냥 툭 던져놓고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비밀을 캐묻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도박입니다.
그 비밀이 사실이면 사실인대로, 거짓이면 거짓인대로 엄청난 후유증이 남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애덤 역시 이런 고민들을 수없이 겪지만,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들을 본 나머지 후유증을 각오하고 아내 커린을 추궁합니다.
작품 속 또 다른 인물은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가족의 비밀을 봉인하는데,
만일 애덤이 그런 선택을 했더라면 그와 커린 앞에 닥칠 비극은 미리 막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일 뿐, 애초 보통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애덤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비밀을 들은 죄’만으로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내 커린이 왜 사라졌는지, 자신을 찾지 말라는 문자는 왜 보낸 것인지,
‘낯선 자’는 도대체 커린의 은밀한 개인적 비밀을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아무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지,
애덤은 동료와 퇴직 경찰의 도움을 받아 이 수많은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애덤이 아내 커린의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이야기는 몇 번씩 요동을 칩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낯선 자’를 추격하는 위험해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고,
‘낯선 자’와 연관 있어 보이는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가 하면,
애덤은 다른 주에서 찾아온 경찰에게 용의자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덧붙여, 할런 코벤 특유의 막판 뒤집기가 수차례 널뛰기 하듯 독자를 뒤흔듭니다.
독자로서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를 때까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데다
마지막까지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할런 코벤의 필력은 별 5개도 모자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5개에 그친 이유는 오직 하나,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낯선 자’의 정체와 비밀폭로의 목적 때문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언급은 못하지만,
작가가 ‘낯선 자’에게 부여한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동기는 다분히 억지스러워 보였고,
왠지 결과를 위해 작위적으로 설정된 캐릭터로만 읽혔습니다.
사건과 위기를 몰고 온 ‘낯선 자’의 정체가 낯설어 보인 탓에
결국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100% 개운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굳이 별 0.5개를 뺀 이유만 제외하면 ‘스트레인저’는 잘 빠진 스릴러임에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분량인) 5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분량이라
주말 한나절이면 충분히 마지막 장까지 완독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할런 코벤과 처음 만나는 독자라도 부담 없이 그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트레인저’가 할런 코벤과의 5번째 만남이었는데,
이 작품 덕분에 아직 못 읽은 그의 전작들이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쏟아지는 신작들의 유혹을 이겨내야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