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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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지&제나로 시리즈’, ‘커글린 3부작’, ‘더 드롭을 통해 데니스 루헤인의 팬이 됐지만

그의 대표작인 살인자들의 섬은 아껴 읽는다는 핑계로 계속 뒤로 미뤄놓곤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해서

당연히 켄지#제나로 시리즈처럼 꽤나 오락적 요소가 강한 액션 스릴러라고 단정했는데,

(영화로만 본) ‘미스틱 리버만큼이나 어둡고 무겁고 충격적인 반전으로 꽉찬 작품이었습니다.

 

● ● ●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정신이상자들이 수용된 셔터 아일랜드(이 작품의 원제이기도 합니다)

연방보안관 테디와 처크가 찾아옵니다.

탈출한 여성 수용자 레이첼을 찾기 위해 파견된 그들은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병원과 교도소 관계자들의 태도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특히 개인적인 복수라는 별도의 목적을 갖고 이 미션을 자청했던 테디는

자신이 찾는 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관계자들이 의심스러워집니다.

 

참혹했던 전쟁과 화재로 사망한 아내 때문에 큰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테디는

섬에 들어온 이후 더욱 심해진 편두통과 악몽 때문에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때맞춰 30년 만에 찾아온 엄청난 폭풍 때문에 시설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테디는 섬에서 자행되는 심각한 문제들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껏 알고 있던 것과 180도 다른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 ● ●

 

사실, 워낙 방대한 서사가 담긴 작품이라 줄거리 요약이 참 난감합니다.

테디의 비극적인 가족사, 섬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 불법적인 치료 프로세스,

폭력적인데다 정신이상증세를 겪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수용자들,

그리고 탈출한 여성 수용자가 남긴 의문의 암호와 그것이 가리키는 섬의 치명적 비밀 등

작품의 분량만큼이나 두텁고 복잡다단한 설정들로 가득 찬 작품입니다.

 

초반만 해도 테디와 저크 두 콤비가 비밀과 비리로 가득 찬 악당들을 제압하고,

그와 동시에 테디가 멋지게 개인적인 목표를 완수하는 액션 스릴러겠거니, 안심하고 있다가,

테디의 트라우마가 보통 스릴러의 주인공에 부여되는 관행적인 수준보다

좀 과하게 묘사되는 지점부터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테디가 진짜 이 섬에 온 목적은 무엇일까?

그의 트라우마와 셔터 아일랜드의 비밀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그의 악몽 속에 등장하는 기이한 현상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가?

 

뒷북 같은 소리이긴 하지만,

아마 영화로 이 작품을 먼저 봤다면 소설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미스틱 리버가 그런 경우였는데, 영화로만 봐도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그 서사를

소설로 읽으면 너무 힘들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살인자들의 섬역시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엔

가슴에 얹어놓았던 무거운 돌 하나를 겨우 내려놓은 듯한 해방감과 함께

테디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의 고통에 대한 공감각이 여전히 무겁게 남아있었습니다.

 

이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 2004년만 해도 엔딩이 꽤나 충격적인 반전으로 읽혔겠지만,

(정확히 기억은 안 나도) 비슷한 스타일의 반전을 본 적이 있어서,

, 테디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악몽의 내용 속에 작가가 이런저런 단서를 남겨놓은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엔딩이 그리 세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테디가 짊어진 시대적(전쟁), 개인적(가족사) 고통들이

셔터 아일랜드와 운명적으로 결부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은

반전의 충격과는 무관하게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가 주저될 만큼 강도 높은 고문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은, ‘미스틱 리버를 소설로 읽기를 미룬 것도 바로 이런 고문을 피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독자의 사고와 감정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필력이야 이미 충분히 경험했지만

살인자들의 섬은 그동안 읽은 모든 작품들보다 훨씬 힘들고 불편하고 여운을 심하게 남기는,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고민되는 건, 다가올 길고 긴 추석 연휴 때 영화 셔터 아일랜드를 볼 것인가, 여부입니다.

한편으론, 영화로는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영화의 엔딩 역시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힘든 여운을 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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