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빼미 깃털, 백합꽃, 오각형으로 배치된 양초 등

다분히 주술적인 분위기로 장식된 공터에서 17살 소녀의 시신이 발견됩니다.

미아와 뭉크를 비롯한 수사팀은 소녀가 기거하던 보육원을 샅샅이 뒤지고 탐문하지만

어디에서도 단서는 나오지 않고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갈 뿐입니다.

그러던 중, 피살자가 감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이 제보되고,

그것이 특별한 목적을 갖고 제작된 것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탑니다.

 

● ● ●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에 이은 미아&뭉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단서를 통해 사건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특별한 직관력의 소유자인 여형사 미아 크뤼거와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베테랑 형사 홀거 뭉크 콤비가

6살 소녀들의 연쇄피살사건을 다뤘던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엽기적인 사건과 마주합니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어딘가 으스스한 북유럽의 주술적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피살자들은 제의를 위한 희생물처럼 장식된 채 발견되고,

(나중에 밝혀지는) 범인의 의도는 상식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주인공인 여형사 미아 크뤼거의 두 가지 캐릭터, ,

쌍둥이의 죽음의 트라우마 때문에 약물에 중독된 채 자살을 꿈꾸는 불행한 여자이면서,

동시에, 직감과 예감에 의해 진실을 밝히는 뛰어난 형사라는 면모와 잘 맞아 떨어져서

독자로 하여금 살짝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책읽기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작가의 그런 시도가 전작에서는 나름 설득력과 개연성을 얻는데 성공했지만,

올빼미는~’에서는 좀 지나치게 설정된 나머지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생각입니다.

뭐랄까.. 마치 전작보다 센 설정이 필요했던 작가의 욕심이 좀 과해졌다고 할까요?

문제는 그 과욕 때문에 미스터리의 서사가 힘을 얻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말하자면, 작가가 범인을 워낙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인물로 설정한 탓에

탐문과 추리 등 주인공의 순수한 노력만으로는 진실을 찾을 방법이 요원해진 것입니다.

, 우연 또는 갑작스런 깨달음 같은 변수 없이는 미스터리를 풀기가 힘들어진다는 뜻입니다.

 

직감과 예감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미아의 능력은 이번 작품에선 거의 발휘되지 않습니다.

뭉크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 역시 계속 헛발질만 할 뿐 좀처럼 수사를 진전시키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잇단 외부의 도움이 그들 앞에 선물처럼 나타납니다.

살해되기 전 피살자가 고문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피살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된개와 고양이의 사진,

임종 직전 자신의 오랜 죄를 고백하는 의문의 노인 등

어느 하나라도 없었다면 사건을 미궁에 빠뜨릴 만한 중요한 제보와 인물들이 속속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아와 뭉크는 너무 무력합니다.

미아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갇힌 채 동어반복처럼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꽤 많은 장면에서 (좀 짜증이 날 정도로 자주)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뭉크는 이혼한 아내의 재혼 문제 때문에 얻은 두통에 시달리며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더구나, 조연들이 겪는 다사다난한 갈등들이 적잖은 분량으로 묘사되는데,

문제는 그 갈등들이 전부 메인 사건과 이런저런 식으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작가는 나름의 방식으로 필연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하필 사건을 맡은 형사들의 딸이나 약혼녀가 사건에 연루된다는 것은 좀 심한 억지입니다.

 

정리하자면, 주인공들은 트라우마와 두통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이고,

범인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혼자 놀고있으며,

진실 찾기는 생각지 못한 우연과 선물처럼 날아든 제보에 의해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서 또다시 미아의 쌍둥이 트라우마에 관한 떡밥을 흘립니다.

다음 편의 주된 이야기가 아무래도 또 그쪽으로 전개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전 미아&뭉크 시리즈는 이 작품에서 굿바이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약과 술에 취해 자살만 꿈꾸는 주인공을 더는 바라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의 트라우마가 작품의 서사와 잘 녹아든다면 그것 자체로 매력적인 설정이지만,

미아의 트라우마는 왠지 설정을 위한 설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