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일명 립맨(RIP MAN)이라 불리는 아와노는 천재적인 어둠의 비즈니스 설계자.

그는 보이스피싱 영업소에서 만난 도모키, 다케하루 형제와 함께 새로운 범행을 모의한다.

그것은 일본에서 성공한 적 없는 이른바 유괴 사업’.

그들의 계략은 과자회사 미나토당의 사장을 납치하고 그의 어린 아들을 유괴한 다음,

사장만 풀어주면서 아들의 몸값으로 금괴를 요구하는 것.

이들에게 맞서 유괴 사건의 수사 지휘를 맡은 형사는

텔레비전 공개수사를 펼쳐서 연쇄 살인마 배드맨을 체포했던 마키시마 경시.

범인들은 끈질기게 포위망을 좁혀오는 경찰을 따돌리고 금괴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유괴단과 경찰, 피해자 가족 간의 예측 불가능한 속고 속이기 작전이 펼쳐진다.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립맨의 원제는 犯人2-蜃氣樓’, 범인에게 고한다 2-어둠의 신기루입니다.

2004년 출간된 첫 편 이후 무려 11년 만에 나온 후속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제를 그대로 썼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지만,

주인공 마키시마 형사와 정면대결을 펼치는 천재적인 범죄설계자 아와노의 별명인 립맨 역시

번역 제목으로는 무척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립맨이란 별명은 뛰어난 두뇌를 가진 범죄자 아와노의 기이한 행적에서 유래합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완벽하게 범죄를 설계하고 실행에 옮기는 천재이며,

경찰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거의 동물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위기의 순간이 되면 “Rest In Peace.”는 메시지를 남기고 홀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편히 잠들라.”는 뜻의 R.I.P는 범죄라는 유희(?)의 종료를 알리는 일성이자

곧 체포될 동료들에 대한 마지막 인사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보이스피싱 사기단에서 만난 도모키 형제와 함께 유괴사업을 계획합니다.

립맨의 유괴사업은 경찰과 인질과 인질의 가족까지 교묘하게 속이는 것은 물론

그들의 미세한 심리변화와 행동까지 꿰뚫어보고 설계된 완벽한 프로젝트입니다.

실패까지 계산한 빈틈없는 계획과 (립맨의 예상대로) 우왕좌왕하는 경찰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독자는 어느 샌가 립맨의 사업이 성공하기를 바라게 되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한편, 전편에서 TV프로그램을 통한 공개수사로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잡은 마키시마는

이번에도 역시 경찰 내부의 정치적 알력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보이스피싱 수사 때부터 립맨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감지해온 마키시마는

일반적인 유괴범 수사와는 다른 경로로 미나토당 부자(父子) 유괴사건을 다룹니다.

그 과정에서 그를 못마땅히 여기는 경찰조직 내 권력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마키시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수사에 지장을 끼친다면

상대가 직속상관이라도 치워버리는’(422p)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전작인 범인에게 고한다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갇힌 주인공, 경찰 내부의 추잡한 알력,

TV를 통한 범인과의 접촉 시도, 시청률 경쟁에 나선 방송사의 행태 등

다양한 설정과 서사를 통해 600여 페이지의 분량을 꽉꽉 채운 작품이라면,

립맨은 사건이나 주변 에피소드가 단순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보이는 작품입니다.

물론 초반에 립맨과 도모키 형제의 등장을 알리는 보이스피싱 사건의 전말도 흥미롭고,

엎치락뒤치락 서로를 속고 속이는 심리전을 펼치는 유괴 사건의 전개도 매력적이어서

페이지가 엄청난 속도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단 한 건의 유괴사건을 다루다보니 중량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에 못잖게 아쉬웠던 점은 전작에서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경찰 내부의 알력 스토리

립맨에서는 단역급 서사로 밀려났다는 점입니다.

범인에게 고한다의 서평에서 고위 관료에서 말단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포진한 경찰들은

경찰캐릭터 백과사전의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이나 사실감에서 압도적이었다.”라고 썼는데,

그런 압도적 느낌을 립맨에서도 기대했던 탓에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몇 장면 없었지만, 마키시마의 영원한 숙적인 소네 본부장과의 짜릿한 대결은

그나마 저의 아쉬움을 달래준 대목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립맨은 시즈쿠이 슈스케의 탄탄한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는 수작임에 분명합니다.

올해 읽은 불티를 비롯, ‘검찰 측 죄인이나 범인에게 고한다등 그의 작품들은

사건을 다루는 솜씨도 매력적이지만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리는 점이 압권입니다.

립맨역시 시즈쿠이 슈스케의 그런 미덕들이 잘 살아있어서

적잖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마지막 페이지까지 완독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립맨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시즈쿠이 슈스케의 신간이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가나가와 현경의 명품 마키시마가 다음엔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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