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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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메르세데스 킬러의 차량 테러로 인해 전신이 마비된 여성 마틴 스토버가 살해된다.

피의자는 처지를 비관한 그녀의 어머니로 추정되며, 어머니 역시 자살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문의 Z라는 글자와 고장난 휴대용 게임기가 발견된다.

호지스는 본능적으로 메르세데스 킬러 브래디와의 연관성을 찾지만,

그는 뇌를 다친 '무뇌인간'인 채로 병동에 보호감호된 처지이다.

누구도 브래디와의 연관성을 믿지 않는 상황에서, 또다시 자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게임기가 연쇄 자살과 연관되어 있고, 이 끝에는 브래디라는 실체가 있을 거라 믿는 호지스.

그러나 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췌장암 말기 판정으로 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

호지스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통증과 싸우며,

또다시 벌어질 대규모 자살 도미노의 계획의 중심부로 다가선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을 일부 편집, 인용했습니다.)

 

● ● ●

 

빌 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임무 종료를 뜻하는 ‘End of Watch’라는 원제처럼 이 작품은 빌 호지스의 마지막 사건이자,

3부작 중 1부인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미치광이 킬러 브래디와의 마지막 대결을 다룹니다.

 

1부에서 육중한 메르세데스 벤츠로 거리의 군중들을 깔아뭉갰던 사이코패스 브래디는

그에 만족하지 않고 수천 명의 목숨을 날려버릴 콘서트 장 테러를 기도했다가

호지스를 비롯한 주인공들에게 저지당하면서 심각한 뇌손상을 입게 됩니다.

2파인더스 키퍼스는 브래디와는 무관한 사건을 다뤘지만,

그 작품에서도 호지스는 특별병동에 갇힌 무의식 상태의 브래디를 찾아가곤 합니다.

무뇌 상태라도 살아있는 브래디는 호지스에게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3엔드 오브 왓치는 호지스의 우려대로 극적으로 부활한(?) 브래디가

천재적인 컴퓨터 재능과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불가사의한 능력을 통해

대량 살상과 호지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빌 호지스 3부작은 스티븐 킹의 첫 탐정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편에 이르러 스티븐 킹은 자신의 본색(?)을 드러냅니다.

호지스와 그의 파트너 홀리의 수사과정은 지극히 사실적인 탐정 미스터리의 서사를 따르지만,

뇌손상으로 입원한 상태에서 대량 살상을 저지르는 브래디의 살인 기법은

스티븐 킹의 명작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호러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어가 조종한 끝에 자살로 이끄는 능력을 발휘하는 브래디는

주인공에게 악마적 기운을 투사하여 아내와 아들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샤이닝속의 오버룩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버룩 호텔이 환청과도 같은 목소리를 통해 주인공의 마음을 조종했듯,

브래디는 컴퓨터와 게임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조종하여 자살을 이끌어냅니다.

이런 설정 때문에 엔드 오브 왓치

탐정 미스터리보다는 샤이닝류의 서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부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엔드 오브 왓치를 제대로 음미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호지스와 브래디의 악연, 매력적인 여주인공 홀리의 전사(前史)와 트라우마,

, 브래디의 천재적인 능력과 사이코패스로서의 광기 등을 알고 있어야

엔드 오브 왓치의 중요한 대목들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 서사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은

브래디의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읽으며 크게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말이 돼?”라고 거부하는 순간 뒷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긴, 주인공인 호지스와 홀리조차 자신들이 파악한 브래디의 살인 기법에 대해

어느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으니,

독자들 역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선에서 꽤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스티븐 킹의 호러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라면

브래디의 엄청난 능력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재앙에 가까운 연쇄자살사건이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읽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혹시 이 작품으로 빌 호지스 3부작을 처음 만났거나

아예 이 작품이 스티븐 킹과의 첫 만남인 독자라면 (그래서 당혹감만 남은 독자라면),

미스터 메르세데스샤이닝을 읽어본 뒤 재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퇴직 노형사 빌 호지스의 임무 종료를 지켜보는 일은 너무 아쉬웠지만,

브래디와의 마지막 대결을 통해 임무를 마친 호지스의 형사로서의 삶은

어쩌면 그에게는 가장 명예롭고 자부심 넘치는 대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지스의 임무를 종료시킨 스티븐 킹이 또다시 탐정 미스터리에 도전할지도 궁금하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가 탄생할지도 궁금합니다.

호지스의 파트너였던 홀리 기브니가 그 자리를 꿰차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저만의 욕심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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