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주사위는 던져졌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정식 출간 전 한스미디어에서 제공받은 가제본 상태로 읽은 작품입니다.)

 

제니 롱느뷔는 이 작품으로 데뷔한 신인 작가입니다.

1974년생이니 이른 데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력이 무척 독특한 작가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입양됐고, 가수로서 마이클 잭슨과 무대에 선 적도 있는 그녀는

범죄학을 전공한 뒤 스톡홀름 경찰청에서 수사관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가수 경력만 보면 이웃나라 노르웨이의 요 네스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레오나의 주인공 레오나 린드베리는 스웨덴 강력범죄수사팀의 유능한 요원입니다.

레오나는 상부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독립군이자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그녀의 탁월한 능력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오나는 꽤나 불행한 성장을 겪었고, 지금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남편과의 불안정한 결혼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엄마로서의 자괴감,

그리고 지긋지긋한 현재의 삶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에 휩싸여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희대의 은행 강도사건을 맡게 됩니다.

온몸이 피범벅인 벌거벗은 7살 여자아이가 곰 인형을 든 채 은행에 나타나선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가 다친다.”는 협박범의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플레이시킵니다.

겁에 질린 은행원으로부터 돈을 받은 소녀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사람들은 행여 아이가 다칠까봐 다가가지도, 도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앞에서 벌어진 기이한 은행 강도 상황을 공포에 질린 채 지켜보기만 합니다.

 

수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레오나는 의문의 쪽지를 전달받습니다.

거기엔, “그리고 당신이 알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라는 유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문제는 마치 아무도 모르게 레오나만이 그 메모를 보게 하려는 것 같은 제보자의 의도입니다.

그리고 그 제보자가 들이민 몇 장의 사진을 본 순간 레오나는 큰 충격에 빠지고 맙니다.

 

제가 정리한 줄거리는 이 작품의 108페이지까지의 내용입니다.

본문 전체가 490페이지인데 여기까지밖에 소개를 못 하는 것은 스포일러 때문입니다.

나머지 4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메인 스토리를 굳이 공개 못할 것도 없지만,

108페이지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파격적으로 변주되기 때문인데,

레오나가 평범한 범인 찾기 스릴러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신인작가의 데뷔작이지만 스릴러로서, ,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을 다룬 소설로서

레오나는 고른 미덕을 갖춘 작품입니다.

워낙 독특한 설정이지만 확장성을 지닌 스릴러는 계속 진화하고 변주되고 성장합니다.

서브 사건으로 전개되는 관료들의 성매매 사건과 그를 취재하는 집요한 기자의 에피소드는

자연스럽게 레오나와 연결되면서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습니다.

경찰 내부의 갈등과 관료적 행태를 비판한 부분은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잘 녹아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 덕분에 마지막 장까지 독자는 안심할 수 없게 됩니다.

 

형사로서는 유능하지만, 아내이자 엄마로서 불안정한 일상을 살아가는 레오나가

성장기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의미도 없고 목표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다분히 픽션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동정심을, 때로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독자들은 읽는 내내 레오나의 심리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하긴 어렵지만,

아마 그 감정이야말로 페이지를 넘기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AUSTCRIME.COM“whohow가 아닌 why에 집중하는 심리 스릴러라는 평가 역시

그런 맥락의 산물일 것입니다.

 

다만, 독자에 따라 레오나에게 너무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그래서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묘사가 과도하고 지루하게 읽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무래도 데뷔작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작가의 과욕(?)으로 해석되는 대목도 있고,

막판 스퍼트를 내기 위해 약간의 무리수를 동원했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보다는 대체로 괜찮았다는 평가가 많을 듯 한데,

그건 레오나가 정식 출간된 뒤에 다른 분들의 서평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애초 3부작으로 기획된 탓에 확실하고 깔끔한 마무리 대신

‘To be continued’ 엔딩으로 마무리 된 점은 독자로선 무척 아쉬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히 심어놓은 대목이라는 생각입니다.

북유럽 신인의 데뷔작이 연착륙을 통해 후속작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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