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나 스토리콜렉터 56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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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크로니클시리즈라는 SF 로맨스 판타지에 대한 소문은 제법 들어봤지만

4편의 작품이 출간됐을 정도로 화제작이라는 것은 레바나덕분에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신데렐라, 빨간 모자, 라푼젤, 백설공주 등 고전동화의 주인공들이

각각 사이보그, 우주선 조종사, 해커, 달의 공주라는 SF 주인공으로 진화(?)됐다는 점,

, 이 주인공들이 지구를 위협하는 달의 폭군 레바나 여왕에 맞서는 것이

시리즈의 핵심 서사라는 점은 꽤나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입니다.

 

정작 본편들을 읽지 못한 채 시리즈의 악당 역을 맡은 레바나의 프리퀄을 먼저 읽은 셈이지만

어쩌면 프리퀄을 통해 알게 된 악당 레바나의 기막힌 전사(前史) 덕분에

시리즈 본편들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야기는 15살의 레바나에서 출발합니다.

루나를 다스리던 그녀의 부모가 참혹하게 살해당하자

사악함으로 똘똘 뭉친 채너리(레바나의 언니)가 권력을 승계합니다.

레바나 역시 정치와 권력에 관심이 있긴 하지만,

15살 소녀에게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소중한 욕망이 내재해있습니다.

바로 유부남 근위병인 에브렛 헤일에 대한 짝사랑입니다.

레바나는 16번째 생일을 맞은 이후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잔혹하고 무자비한 계획을 하나씩 성사시켜 나갑니다.

그녀는 결국 사랑과 권력을 얻는데 성공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상처도 함께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그녀를 강철처럼 단련시킨 끝에

지구를 향한 정복욕에 들끓는 악의 화신으로 성장시킵니다.

 

분량도 230페이지 정도이고,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같은 서사 덕분에 무척 빨리 읽힙니다.

15살의 소녀가 10여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의 욕망을 집요하게 채워가는 과정도 흥미롭고,

루나 크로니클시리즈의 기반이 된 지구정복 계획의 토대가 형성되는 과정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남자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잔혹함과 그 뒤에 깔린 애틋함이 이야기의 핵심인데,

약간은 신파조의 서사가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디테일한 심리묘사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종종 천일의 앤의 주인공 앤 불린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특히 레바나는 백설공주속 사악한 여왕을 모티브로 창조된 캐릭터인데,

그녀는 백설공주가 모델인 시리즈 4편의 주인공 윈터의 의붓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레바나에는 윈터의 탄생과 성장이 함께 그려지고 있어서,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윈터의 스토리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달을 지배하는 권력자로서의 탁월한 능력도 로맨스 못잖은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생명공학과 화학무기를 이용한 지구정복을 구체화시키는 대목에서는

여느 SF의 악당보다 매력적인 레바나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소녀 취향의 로맨스와 SF적인 상상력이 잘 배합된 작품이랄까요?

 

사실, 고전동화에서 차용한 소녀 주인공은 매력적인 설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는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달과 지구의 전쟁, 사이보그, 해커 등이 등장한다 해도

왠지 동화나 만화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루나 크로니클시리즈를 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도 그 때문이었는데,

프리퀄 격인 레바나는 시리즈에 대한 선입견을 감소시킬 수 있는

마중물 같은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악의 화신 레바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그녀와 맞서 싸울 선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루나 크로니클시리즈가 단지 소녀 주인공을 앞세운 SF 판타지가 아니라

어지간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먹는 SF서사임을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은 정통 미스터리와 잔혹한 스릴러 쪽이지만,

시리즈 첫 편인 신디를 시작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색다른 간식처럼 루나 크로니클시리즈를 천천히 한 편씩 음미해볼 생각입니다.

과연 신데렐라와 빨간 모자와 라푼젤과 백설공주가

어떻게 악의 화신 레바나와 맞서 싸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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