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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본다 ㅣ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클레어 맥킨토시의 전작인 ‘너를 놓아줄게’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스포일러 때문에) 줄거리 소개하기가 참 어려운 작품입니다.
출판사의 소개글에 ‘자체 스포’라도 있으면 마음 편하게 인용하려고 했지만,
출판사 역시 애매한 오프닝까지만 소개하고 말아서
일단 그 대목까지만 일부 인용하고 제 나름대로 몇 줄 덧붙인 줄거리를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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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사는 40세 여성 조 워커는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보다가
소위 조건만남을 암시하는 듯한 광고란에서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발견한다.
광고에는 어떤 설명도 없이 여성의 얼굴 사진과 전화번호, 웹사이트 주소만 적혀 있다.
조는 광고에 실린 여성이 연이어 범죄의 희생자가 된 사실을 알게 되곤 나날이 불안해한다.
한편, 용의자 폭행으로 일선에서 배제됐던 여순경 켈리 스위프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살인사건전담 팀에 합류한 뒤 혼신을 다해 수사에 임한다.
하지만 살인과 성폭행, 성추행 등 광고에 실린 여성들의 피해는 런던 곳곳에서 속출한다.
그러던 중 켈리는 광고 속 웹사이트의 정체와 함께 운영자의 끔찍한 의도까지 알아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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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나는 너를 본다’에서 얼핏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일상을 의도적으로, 또 은밀하게 지켜보던 ‘누군가’의 시선이
단순한 관음증을 넘어 무자비한 폭력의 기폭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합니다.
미행과 CCTV와 스마트폰의 결합을 통해 거의 전지적인 힘을 갖게 된 그 ‘시선’은
대부분이 여성인 목표물의 일상과 습관은 물론 특별한 비주얼까지 데이터로 축적함으로써
그녀들을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냥할 수 있는 연약한 먹잇감으로 전락시킵니다.
‘먹잇감’들은 광고를 통해 사냥꾼들에게 공개되고,
사냥꾼들은 적잖은 대가를 지불하고 ‘먹잇감’들의 데이터를 손안에 넣습니다.
‘먹잇감’들은 어느 날인가부터 기분 나쁜 시선과 악취 나는 콧김을 의식하기 시작하고,
언제라도 뒤를 돌아보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누군가를 발견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물론 사냥꾼들은 선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하고 있기에,
그녀들은 실제 피해를 입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것을 망상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얼굴 사진이 음란한 조건만남 광고에 도용된 사실도 알지 못합니다.
조 워커는 우연히 광고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고,
또 우연히 광고에 실렸던 다른 여성이 범죄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스스로 망상이라 여기면서도 조는 출퇴근 때마다 불안과 공포를 지울 수 없습니다.
경찰은 물론 가족들조차 조의 불안과 공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켈리 스위프트라는 여순경만은 그녀의 진술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녀는 교통경찰 성범죄과와 지하철 소매치기 검거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다,
여동생이 성범죄에 희생됐던 탓에 조의 이야기에 이끌렸던 것입니다.
이야기의 발단부는 독자의 호기심을 잡아당깁니다.
설정도 제법 신선하고, 주인공 조의 공포심도 충분히 공감되며,
여순경 켈리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라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조의 가족에 관한 장황한 설명이 좀 지루하게 읽히긴 하지만,
그 역시 이후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 중요한 토대처럼 보여서 그저 후루룩 넘기지 못합니다.
메인 스토리도 나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페이지를 술술 넘기게 만드는 힘을 발휘합니다.
희생자는 계속 발생하지만, 경찰의 탐문과 각종 조사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독자의 눈에 용의자가 한두 명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절정부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작가는 결정적 증거를 대놓고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 작가는 독자의 추리를 수차례 무너뜨리며 연이은 반전을 내놓습니다.
일단, 전작인 ‘너를 놓아줄게’와 비교하면
‘나는 너를 본다’는 속도감이나 재미 면에서 앞선 작품이 분명합니다.
사건의 성격이 달라서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페이지도 빨리 넘어갔고,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미스터리에 대한 몰입도도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너를 놓아줄게’와 마찬가지의 약점을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즉, 반전은 납득하기 어렵고, 드러난 진실은 작가의 변명이나 핑계처럼 읽힌다는 점입니다.
차라리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추리가 허술했다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억지스럽게 비틀어가면서까지 만들어낸 반전과 엔딩은
다분히 억지스럽다는 느낌과 함께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또한, ‘누구든 지켜볼 수 있는 범인의 능력’ 자체가
무한하고 전지적으로 설정된 점도 절정부 이후의 책읽기를 방해한 요소였는데,
작가가 범인의 능력을 무리하게 부풀리기 위해 리얼리티를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줄거리를 제대로 소개할 수 없다 보니 읽지 않은 분은 잘 이해할 수 없는 서평이 됐습니다.
경찰 출신 작가로 나름 독특한 서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한번쯤 클레어 맥킨토시의 작품을 읽는 것은 스릴러 마니아에겐 괜찮은 경험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모두 치명적인 아쉬움을 느낀 탓에
그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혹 출간되더라도 독자들의 평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