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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이은 ‘빌 호지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입니다.
‘파인더스 키퍼스’는 전작인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접점이 굉장히 많은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뿐 아니라 다루고 있는 사건 등 많은 면에서 그런 편인데,
그 덕분에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은 독자에겐
본 내용 외에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여지가 많은 작품입니다.
우선,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최악의 소시오패스 브래디 하츠필드를 상대했던 빌 호지스는
당시 인연을 맺은 홀리 기브니와 함께 ‘파인더스 키퍼스’라는 탐정사무소를 차린 상태입니다.
또, 이 작품의 실질적 주인공인 피트 소버스는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으로 인해
가족이 통째로 붕괴될 뻔한 위기를 겪은 소년입니다.
그리고, 빌 호지스와 소년 피트 소버스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제롬과 바브라 남매는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사의 위기를 넘긴 인물들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작의 유산을 적잖이 물려받은 ‘파인더스 키퍼스’지만
정작 시리즈 타이틀 롤인 빌 호지스는 등장인물표 상으로 세 번째 정도의 비중,
즉, 두 명의 ‘진짜’ 주인공을 ‘보필’하는 소박한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35년 전, 자신이 숭배하던 작가를 살해한 뒤 미발표 원고를 훔쳤던 모리스이고,
또 한 명은 모리스가 감춰놓았던 미발표 원고를 손에 넣게 된 피트 소버스입니다.
운명 같은 사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두 사람은 미발표 원고를 놓고 사투를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사이에 빌 호지스가 끼어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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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상세한 줄거리가 포함돼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명작 ‘미저리’의 여주인공 애니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인 모리스 벨라미는
미국 문학의 대표작 ‘러너’ 시리즈와 그 작가인 로스스타인에게 탐닉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러너’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자신이 숭배하던 소설 속 주인공 지미 골드가
돈에 눈이 멀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애초의 카리스마를 잃고 속절없이 타락하자
그를 탄생시킨 작가 로스스타인을 증오하게 됩니다.
결국 절필한 채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던 로스스타인을 찾아간 모리스는
설전 끝에 그를 살해한 뒤 미발표 상태인 ‘러너’ 시리즈의 후속편 원고를 훔칩니다.
하지만 그 원고를 읽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는 성폭행 혐의로 종신형을 언도받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소년 피트 소버스는 그야말로 운명 같은 우연으로 인해
모리스가 구속 전에 감춰놓았던 로스스타인의 원고와 막대한 돈뭉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는, 피트 소버스 역시 로스스타인의 ‘러너’ 시리즈에 빠져들었다는 점,
그리고, 35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모리스가 여전히 그 원고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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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메르세데스’의 악당 브래디가 무차별로 인명을 살상하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라면,
‘파인더스 키퍼스’의 모리스는 자신이 숭배하는 소설 속 주인공 때문에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무척 독특하고 감성적인(?)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정 이입을 넘어 동일시의 대상으로까지 여겼던 주인공의 타락을 지켜보면서
모리스는 말할 수 없는 분노에 빠지게 되고, 그 모든 증오심을 작가에게 쏟아 붓습니다.
그것이 마치 주인공을 올바른 길로 복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또, 자신의 분노를 정당하게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여기면서 말이죠.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작가와 작품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리스의 캐릭터는
스티븐 킹의 팬에게는 브래디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악당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미저리’의 애니가 환생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인지, 스티븐 킹의 ‘외도’라 할 수 있는 탐정 시리즈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킹 고유의 향기가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빌 호지스가 피트와 모리스에게 주인공 자리를 양보하게 된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희대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피트와 모리스의 추격전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게 전개됩니다.
특히, 만 하루 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어떻게 페이지가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피트와 모리스가 맞대결을 펼치는 엔딩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샤이닝’의 엔딩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렬하고 충격적입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간이 덜 된 듯한 싱거움을 맛본 독자라도
스티븐 킹의 개성 넘친 호러와 대중성이 잘 배합된 ‘파인더스 키퍼스’라면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빌 호지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 올 여름 출간된다고 하는데,
‘파인더스 키퍼스’를 본 독자라면 그 기대감이 훨씬 더 배가될 것입니다.
스티븐 킹이 아예 대놓고 브래디 하츠필드의 부활을 예고했기 때문인데,
과연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서 빌 호지스와 브래디가 어떤 식으로 정면 대결을 펼칠지,
또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파인더스 키퍼스’의 트라우마를 지닌 호지스의 주변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브래디의 끔찍한 부활에 말려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