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신간 소개란에서 눈에 확 띄는 파격적인 제목을 발견하곤,

살육에 이르는 병이나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능가하는

잔혹 호러물이 새로 출간된 줄 알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제목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달달한 로맨스 느낌의 표지 때문에 꽤나 혼란스러웠는데,

아마 저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췌장에 문제가 생겨 시한부 삶을 살게 된 여고생 야마우치 사쿠라와

유일하게 그녀의 병을 알고 있는 클래스메이트 의 몇 달간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와 사쿠라는 거의 극과 극의 캐릭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는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 못할 정도로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오로지 책에 파묻혀 살아가는 히키코모리 형 인간인 반면,

사쿠라는 적극적이고 외향적이며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화려한 여학생입니다.

 

가족 외엔 아무도 모르는 사쿠라의 병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사쿠라의 남은 삶 동안 친구가 되기로 약속합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온 로서는 친구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어색할 따름이지만,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밝고 명랑한 일상을 유지하는 사쿠라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 곁에서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 하기로 결심합니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극단적인 두 주인공의 캐릭터, 시한부 삶과는 거리가 먼 로코 같은 밝은 이야기 톤,

미성년 주인공들의 아슬아슬한 로맨스, 그리고 예상 밖의 막판 반전 등을 통해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확실한 엔딩이 정해져있는 스토리를 롤러코스터처럼 전개시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알뜰히 소진하려는 사쿠라의 태도는

10대답지 않아서 더 애틋한 연민과 응원을 불러일으킵니다.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때론 어딘가 도덕적 훈계 같은 주제의식들이 끼어들어 불편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또래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관대한 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듯한 그들만의 특별한 데이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명백한 종점이 예고된 로맨스라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다른 독자들처럼 마지막 부분에서 눈물까지 쏟아내진 못했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처럼 어쩔 수 없는 먹먹함이 몰려와

책을 덮은 뒤에도 잠시 두 사람의 짧은 우정과 사랑을 돌이켜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서로에게 건넨 가장 소중한 한마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작품의 향기와 함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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