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자국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매듭과 십자가’, ‘숨바꼭질이후 거의 1년 반 만에 읽은 존 리버스 3편입니다.

존 리버스의 과거사와 캐릭터 설명에 치중하느라 밋밋한 스릴러로 읽혔던 매듭과 십자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가 정작 중심 서사가 흔들렸던 숨바꼭질이 준 실망감 때문에

이후로는 한동안 존 리버스 시리즈를 외면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던 중 문득,

이빨 자국에서 이언 랜킨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는 어느 분의 서평이 생각나면서,

, 이번 한 편만 더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다시 존 리버스와 만나게 됐습니다.

 

뼛속까지 스코틀랜드 인이며, 자신의 근거지인 에든버러를 사랑하는 존 리버스가

이번에는 런던을 무대로 끔찍한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나섭니다.

에든버러의 연쇄 소녀살인사건을 해결한(‘매듭과 십자가’) 점을 높이 평가한 런던 경찰이

소위 울프맨이라 명명된 런던의 연쇄살인범 체포를 위해 존 리버스를 초대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런던 경찰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존 리버스를 외국인취급하며 무시합니다.

전문가로 초빙된 그를 노골적으로 비아냥대는가 하면, 수시로 돌아가라는 압력을 가합니다.

그와 파트너가 된 조지 플라이트 경위만이 존 리버스를 공정한 태도로 대해주는데,

두 사람은 수사기법도,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좌충우돌을 겪으면서도 협력을 이어갑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언 랜킨은 잠시 런던에 머물던 시절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었고,

무슨 심보인지 자신의 주인공 존 리버스에게도 그 스트레스를 겪게 해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런던의 모든 것 사람, 교통, 날씨, 건축물 등 을 못 마땅히 여기는

존 리버스의 짜증과 한탄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언 랜킨은 숨바꼭질에서도 런던과 런던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는데

이빨 자국에 숨어있는 그의 직선적인 스코틀랜드 기질을 엿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습니다.

 

아무튼...

존 리버스 시리즈가 3편인 이빨 자국에 와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은 분명합니다.

번역하신 최필원 님도 후기를 통해 “‘매듭과 십자가숨바꼭질이 풋풋했다면,

이빨 자국에서는 전에 없던 무게감과 원숙미가 뚜렷이 느껴진다.”라고 언급하셨는데,

일단, 특수부대 생활이 남긴 엄청난 트라우마, 어린 시절부터 각인된 불행한 가족의 기억,

주변 동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이혼이 가져다 준 엉망진창의 생활 등

심신 모두가 삐딱하던 존 리버스가 이젠 제법 성숙한 경찰이 됐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 전작들에서 순간적인 깨달음과 결정적 제보에만 의존했던 존 리버스가

느리지만 꼼꼼한 자신만의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점도 개선점(?) 중 하나입니다.

 

다만, “‘이빨 자국에서 이언 랜킨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는 어느 분의 서평은

한편으로 수긍이 갔지만, 한편으론 아직 폭발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예상 밖의 범인은 충격이나 반전보다는 독자의 예상을 따돌리려는 억지처럼 보였고,

리버스의 수사와 탐문은 왠지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한없이 느린 만연체였습니다.

깨달음과 제보대신 그가 구사한 무기는 범인 약 올리기인데,

그것 외에는 리버스가 멀고 먼 런던까지 와서 보인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전처와 딸이 등장한 대목은 이혼남 경찰이면 당연히 등장하는 상투적 에피소드였고,

리버스에게 조언과 애정을 함께 쏟은 심리학자 리사는 어정쩡한 모습만 보이다 말았습니다.

 

결론적으로, 1~2편 이후 존 리버스를 포기하지 않았던 건 괜찮은 선택이었지만,

여전히 그의 폭발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원석 같은 상태에서 점차 보석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다행스럽게 여겨지지만,

에든버러로 복귀한 존 리버스가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스트립 잭을 통해

제대로 된 폭발을 만끽하게 해줄지 기대 반, 우려 반인 것도 사실입니다.

부디 스트립 잭에서 이언 랜킨의 대폭발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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