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관계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전편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에서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탐정 일을 접었던 켄지와 제나로는 한 재력가의 저택으로 거의 납치되다시피 끌려간 뒤 사건을 떠맡게 됩니다. 재력가의 의뢰는 실종된 딸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켄지의 사수였던 명탐정이 같은 의뢰를 받고 조사를 벌이던 도중 홀연히 실종됐다는 점입니다. 어딘가 불온한 냄새가 풍기는 의뢰였지만 두 사람은 오랜만에 의기투합하여 조사에 나서고, 플로리다로 날아가 딸의 행방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연이은 살인사건과 위기일발의 순간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재력가와 딸의 엄청난 비밀에 두 사람은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팬이면서도 그의 대표작인 이 시리즈를 아직도 마스터하지 못한 것은 쏟아지는 신작들의 유혹과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지만, 변명하자면 맛있는 요리를 아껴뒀다가 나중에 먹고 싶어 하는 심리처럼 불과 여섯 편밖에 안 되는 켄지와 제나로의 이야기를 천천히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 데니스 루헤인의 커글린 가문 3부작더 드롭을 읽긴 했지만,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를 읽은 지 2년 반이나 지난 걸 깨닫곤 켄지와 제나로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서둘러 신성한 관계를 꺼내들었습니다.

 

무릇 액션스릴러라면 일단 재미있어야 합니다. 주인공도 매력적이어야 하고, 사건은 쉴 틈 없이 몰아치고 그만큼 반전도 거듭돼야 하고, 무엇보다 그럴 듯한리얼리티로 독자에게 어필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데니스 루헤인은 스릴러 작가의 미덕을 완비한 타고난 이야기꾼이 분명합니다.

(사건을 의뢰한 재력가의 말을 빌리면) 켄지와 제나로는 정직하고 잔혹한 탐정입니다. 심플한 설명이지만 단번에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사실, ‘정직잔혹은 대부분의 장르물 주인공이 갖고 있는 덕목이긴 하지만, 이들에겐 남녀 파트너라는 설정이 주는 묘한 케미도 있어서 더욱 시선을 끄는 힘이 있습니다.

 

신성한 관계는 켄지와 제나로의 정직’, ‘잔혹’, ‘케미가 골고루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전편인 어둠이여~’의 경우, 두 사람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워낙 많이 소개된 것은 물론 사건 자체에 가족들이 여기저기 연루된 탓에 이야기가 무척 무겁게 느껴졌고, 조금은 모호하거나 혼란스러웠던 연쇄살인의 동기 때문에 약간의 찜찜함이 남았던 반면, ‘신성한 관계는 그와 반대로 깔끔하고 속 시원한 액션 스릴러인데다 남녀 관계로 발전하는 듯한 켄지와 제나로의 모습도 엿보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한 리듬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시로 뒤집어지는 반전들이 마지막 장까지 이야기를 오리무중으로 만드는데 그 덕분에 모두가 용의자다.”라는 켄지의 새 좌우명이 여러 번 실감나게 느껴지곤 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범인을 응징하는 장면은 여느 장르물의 엔딩보다 기발하고 잔혹해서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뒤로 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 ‘문라이트 마일등 세 편이 남았는데, 마음 같아선 내리 읽고 싶지만, 역시나 조금씩 아껴가면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장르물마다 실망을 느끼며 권태를 느낄 때쯤이면 켄지와 제나로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저의 권태를 한 방에 날려주겠지만, 동시에 남은 작품이 또 하나 줄어들었다는 아쉬움도 함께 전해줄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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