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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노래 ㅣ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타고르 이후 인도 최고의 시인으로 불리는 M.다스가 행방불명된 지 8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시인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로버트 루잭은 다스에게서 신작 원고를 입수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위험천만한 캘커타로 향한다.
하지만 아내 암리타와 어린 딸 빅토리아까지 동반한 여행은 끔찍한 악몽으로 변하고 만다.
숨 막히는 더위와 몬순 폭풍, 악취가 진동하는 오물과 하수,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뒤섞인 아비규환의 도시.
루잭은 가족과 함께 캘커타를 벗어나려 하지만
받기로 한 원고는커녕 다스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다스의 행방을 쫓을수록 서서히 엄습하는 공포는 루잭의 목을 조여 오는데..
(인터넷 서점의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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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팔과 다리를 가진 파괴와 죽음의 여신 칼리,
그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한 아비규환의 도시 캘커타와 그 여신을 떠받드는 잔혹한 폭력세력,
평생 평화를 노래했지만, 8년 만에 부활하며 그 여신의 악마성을 칭송하는 당대의 시인,
그리고 그 시인을 찾아 캘커타로의 위험한 여정을 택한 한 미국인 가족이 겪는 악몽의 시간..
‘칼리의 노래’는 요약하자면 캘커타를 배경으로 한 호러물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고, 신의 광기와 인간의 공포가 극단까지 치닫는 작품입니다.
폭력은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피해자의 피와 살이 난무하지만,
폭력의 근원이 신의 분노인지 인간의 잔혹함인지,
심지어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는 주체가 신인지 인간인지조차 모호합니다.
폭우와 오물과 악취로 뒤범벅인 캘커타의 지옥도 같은 풍경은
이런 근원 모를 공포와 난데없는 폭력의 강도를 훨씬 더 강렬하게 만듭니다.
마치 파괴와 죽음의 여신 칼리가 현실에 재림하여 여섯 개의 팔과 다리를 휘두르며
무자비한 향연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 준비된 재료들만 놓고 보면 여전히 신비함이 남아있는 인도,
그것도 캘커타라는 곳을 무대로 완벽한 호러물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읽힌 작품이었습니다.
파괴와 죽음의 여신 칼리가 이 작품에서 어떤 상징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칼리를 섬기는 잔혹한 세력이 무자비한 폭력을 통해 추구하는 욕망도 잘 모르겠고,
죽은 줄 알았던 시인 M.다스가 칼리를 칭송하는 시를 지은 이유도 잘 모르겠고,
주인공 루잭에게서는 M.다스를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절실함도 잘 안 보이고,
M.다스의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루잭에게 접근한 의문의 사내들의 목적도 잘 모르겠고,
궁극적으로는 칼리와 폭력세력과 의문의 사내들이
왜 루잭과 그의 가족을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하신 김미정 님의 후기를 봐도 이해에 도움이 되진 않았고,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 남은 것은 혼란스러운 상징들과 불편한 공포심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 속에 ‘문학과 예술과 가족과 삶의 의미’가 녹아있다는 해설을 읽곤
‘꿈보다 해몽’인가 싶을 정도로 억지스러운 해석의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대표적 호러작가인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칼리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단지 문화적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호러물에서 ‘개연성’과 ‘논리적 연결성’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동이겠지만,
주인공의 의지, 조연들의 정체와 목적, 폭력의 근원과 주체,
신(神)과 시(詩)가 상징하는 바 등 많은 것들이 납득 또는 추정할 수 있게 설명되지 않은 탓에
이런 모호한 서평을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니 저만 이 작품을 잘못 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오독의 결과일 수도 있으니
아직 이 작품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제 서평만 보신 분이라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를 통해 다른 분들의 서평을 꼭 참고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