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사이드
앤서니 오닐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명반 중

‘The Dark Side Of The Moon’이 있습니다.

1970년대 발매된 음반이지만 지금 들어도 혁명적이고 전위적이며

달의 뒷면에 숨은 서늘함과 기괴함이 느껴지는 명곡들이 수록돼있습니다.

 

앤서니 오닐의 다크 사이드에 펼쳐진 달의 뒷면은

핑크 플로이드가 음악으로 그린 그 서늘함과 기괴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 무대인 퍼거토리(purgatory, 연옥)

기이한 백만장자 플레처 브라스가 소유하고 있는 무법천지 도시로,

지구에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어두운 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쾌락을 좇아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찾아가는 곳입니다.

살인과 폭력, 마약과 섹스 등 온갖 범죄가 난무하지만 경찰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이런 음험한 곳에 지구에서 추방당한 형사 유스터스가 부서장으로 부임합니다.

자신이 수사하던 범죄조직이 들이부은 산() 때문에 얼굴의 반은 녹아 내렸고,

모종의 음모에 의해 지구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지만,

그는 어떤 권력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과 청렴함을 가진 유능한 경찰입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그가 퍼거토리에 도착하자마자 기이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유스터스는 일련의 사건들이 퍼거토리의 최상위 권력을 놓고 벌어진 충돌의 결과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만 서장을 포함한 나머지 경찰들은 그런 그를 비웃거나 방관할 뿐입니다.

 

한편 퍼거토리와 멀리 떨어진 또다른 달의 뒷면 어딘가에서도 참혹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새로 프로그래밍 된 안드로이드 한 대가 퍼거토리를 향해 폭주하며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거나 돕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 살인극을 벌이는 것입니다.

왕과 정복자가 되겠다며 퍼거토리를 향하는 안드로이드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그 미스터리는 퍼거토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스터스가 수사 중인) 연쇄살인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유스터스와 안드로이드는 서로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퍼거토리 안팎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참극들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작가 스스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L.A 컨피덴셜을 뒤섞었다고 말할 정도로

다크 사이드SF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가 뒤섞인 독특한 형식미를 가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SF는 전혀 낯설지도, 먼 미래의 이야기 같지도 않은 현실감을 지니고 있고,

유스터스가 발산하는 냉정하고 올곧은 형사 캐릭터와 그가 대적하는 의 캐릭터들 역시

현실의 미스터리만큼 팽팽하고 리얼하게 그려져서

때때로 이곳이 달의 뒷면임을 잊게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역시 인간이 결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이 지닌 신비한 이미지와 함께

그곳에 세워진 음험하기 짝이 없는 무법천지의 1인 독재 왕국이 내뿜는 긴장감은

현실의 지구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는 분명 다른 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달의 곳곳을 마치 직접 가본 것처럼 생생하게 그린 점이라든가,

지구와는 다른 중력 덕분에 전혀 색다른 모습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점,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뒤섞인 듯한 소돔을 닮은 퍼거토리의 풍경 등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채 SF영화를 보는 듯한 아찔함을 선사합니다.

 

다만, 사건의 진상과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복잡한 미로라고 할 수도 없고, 대단한 반전이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유스터스의 매력은 추리보다는 대쪽 같은 경찰로서의 태도에 더 의지하고 있고,

미친 안드로이드의 엽기 행각 역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로 판명납니다.

그래서, 미스터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릿한 블록버스터 한 편을 본 듯한 만족감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주얼과 캐릭터의 매력 때문에 진작에 영화 제작이 결정됐다고 들었는데,

과연 달의 뒷면이 어떻게 영상화될지, 누가 유스터스 역을 맡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을 연상시키는 OST까지 맛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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