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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표제작 ‘아이의 뼈’를 비롯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린 송시우 작가의 작품집입니다.
장편 ‘라일락 붉게 피던 집’과 연작 단편 ‘달리는 조사관’ 이후 세 번째 작품인데,
수록작 중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는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에 실렸던 단편이기도 합니다.
‘달리는 조사관’ 출간 후 송시우 작가가 “다음 작품은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라고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후속작이 빨리 나와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만, ‘라일락~’처럼 굵직한 서사의 장편을 기대했던 터라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수록작 모두 30페이지 안팎의 단편인데다 쉽고 간결한 문장들 덕분에
주말 한나절이면 금세 마지막 장까지 달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캐릭터의 힘이 강하거나 반전의 맛을 살린 작품들이 눈에 띄었는데,
20년 전 살해된 딸의 유골을 찾으려는 한 노파의 집념과 복수를 그린 ‘아이의 뼈’,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 일상 속의 분노를 의외의 반전과 함께 그린 ‘사랑합니다, 고객님’,
“진정한 복수는 계속 살게 하는 것”이란 역설적인 메시지가 인상적인 ‘누구의 돌’ 등입니다.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 역시 서늘한 공포를 발산하는 무척 매력적인 단편입니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선명하고 똑 떨어지는 엔딩 대신
긴 여운을 느끼게 하는 ‘독자 판단형 엔딩’을 취하고 있는데,
이는 단편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기도 합니다.
다루는 사건은 복잡하거나 큰 스케일들은 아니지만
역으로 일상성이 강조된 탓에 훨씬 더 ‘주위에서 벌어질 것 같은 사건’이란 느낌을 줍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캐릭터도 평범한 인물들이거나 피로에 찌든 전형적인 형사들인데,
그 덕분에 멋 부리지 않은 사실적인 설정과 전개가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두 편의 전작들에서도 송시우 작가의 이런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일상 속의 관찰자(‘라일락~’) 또는 평범하지만 열정적인 조사관(‘달리는 조사관’)의 힘은
화려한 서사 속에 등장하는 슈퍼 주인공보다 더 강렬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단편의 한계를 느낀 작품도 있었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운 책읽기였습니다.
다만, 다음엔 꼭 송시우 작가의 장편과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좀더 길어지더라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