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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평점 :
‘이사카 고타로가 쓴 연애소설’이란 카피를 본 그의 팬이라면
누구나 ‘설마’ ‘진짜?’ 하는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저 역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평범한 연애소설을 쓴 것은 아닐 거란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6편의 단편은 연작처럼 서로 사건이나 인물이 얽혀있고,
무려 19년을 왕복하며 만남과 사랑과 이별과 회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룬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 외에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친구나 낯선 이와의 인연도 간간이 등장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연애소설이라기 보다는
‘돌아보면 전부 기적처럼 이뤄진 것이 분명한,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인연이든 악연이든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우연과 우연이 연이어 겹쳐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때 거기에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두 남녀는 연인 또는 부부가 될 수 있는 것이고,
‘하필 같은 학교, 같은 반이 됐기 때문에’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불꽃이 튈 수도 있지만, 암운이 드리울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회피한 일을 두고 후회할 수도 있고, 잘 했다고 자찬할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와의 만남은 희망이 되고 열정으로 가득 찬 채 오랜 시간을 지탱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절망이 되고 상처로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만남은 그 순간에 평가하고 단언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숙성되든 변질되든 ‘그 순간’의 의미는 변화하기 마련이며, 유효기간 역시 제각각입니다.
이사카 고타로가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19년이라는 긴 시간을 무대로 삼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300페이지를 갓 넘긴 짧은 분량이지만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감정들이 여느 장편 못잖게 진지하고 진솔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사카 고타로는 ‘세상의 모든 만남은 운명’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새삼 제가 살면서 가졌던 여러 만남들을 돌이켜보니
(좋아했든 싫어했든) 그 누구도 운명이 아닌 채 만났던 사람은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겪은 특별한 만남을 단편으로 끄적거려본다면
이 연작 속 어딘가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들었습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뒤통수치는 연애소설’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에피소드도 있고,
괜히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따뜻한 에피소드도 있어서
제목처럼 ‘작은 밤의 음악’과 함께 읽는다면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