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라이트 형사 로건 맥레이 시리즈 2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애버딘의 홍등가에서 매춘부 로지 윌리엄스가 구타를 당한 채 알몸으로 발견된다.

도시 반대편에서는 밖에서 창문이 잠긴 채 불에 탄 여섯 구의 시체들이 발견된다.

연쇄살인의 냄새를 풍기는 사건에 긴장한 형사 로건 맥레이.

게다가 자신이 지휘한 작전의 실패로 총에 맞은 경관이 사망하면서 주위의 눈총에 시달리고

꼴통들만 모인 팀으로 보내지는 등 최악의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맥레이는 꼴통 팀을 벗어나기 위해 매춘부 살인사건은 물론 화재 사건까지 파헤치지만

용의자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곧이어 새로운 시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출판사 책 소개 수정 인용)

 

● ● ●

 

스코틀랜드의 화강암 도시 애버딘을 배경으로 한 로건 맥레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인 콜드 그래닛이 대단히 만족스런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번째 작품까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근 1년 반 만에 다잉 라이트를 펼쳤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로건 맥레이의 캐릭터입니다.

형사로서 그의 재능은 사실 평범한 쪽에 더 가깝습니다.

번득이는 추리력이나 천재적인 발상 같은 건 아예 없습니다.

다잉 라이트에서는 거기에 더해 좀더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합니다.

, 인사위원회에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때론 비굴한 태도를 취하기도 하고,

갈등 중인 두 상사의 틈바구니에 낀 채 아슬아슬 양다리를 걸치기도 하며,

심지어 화난 여자 친구를 달래기 위해 욕을 먹으면서도 정시 퇴근을 감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썰렁하기도, 촌철살인 같기도 한 블랙유머를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그런 로건 맥레이 앞에 벌어지는 사건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입니다.

콜드 그래닛에서도 연쇄 소아성애 살인, 유아 납치, 무릎뼈가 사라진 변사체 등

연이어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을 상대했던 로건 맥레이는

이번에도 매춘부 연쇄살인, 살인을 목적으로 한 연쇄방화, 동물 유기살해, 실종 등

애버딘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끔찍한 사건들과 직면합니다.

 

더구나 그는 여러 가지 난감한 상황에 빠져있습니다.

동료를 죽음에 이르게 한 무모한 작전 때문에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그 페널티로 소위 꼴통팀으로 불리는 스틸 경위의 팀으로 발령받은 상태입니다.

공적 쌓기에 혈안이 된 이기적 욕심쟁이 스틸 경위 아래에서

로건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혹사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여자친구인 왓슨 여경과도 트러블을 겪습니다.

 

이런 배경들 자체는 무척 매력적입니다.

연이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은 궁금증과 긴장감을 제공하고 있고,

로건의 사적인 문제들도 흥미진진합니다.

하지만, ‘다잉 라이트는 전작 콜드 그래닛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고,

고백하자면, 그 때문에 몇 번이고 중도 포기를 할까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속도감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완만하고 띄엄띄엄 발생하고,

그것을 수사하는 과정 역시 느리고 산만하기만 합니다.

정치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에 로건과 꼴통팀이 떠맡게 된 매춘부 살인사건,

꼴통팀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적을 세울 심산으로 참견하게 된 연쇄 방화살인사건,

그야말로 우연히 관심을 갖게 된 동물 유기살해와 실종사건 등

로건은 한 개의 몸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에 모두 관여합니다.

거기에 덧붙여 로건의 사적인 문제들까지 언급되면서

독자들은 어떤 사건, 어떤 인물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야 할지 헷갈리게 됩니다.

 

콜드 그래닛의 서평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이야기가 곁가지가 너무 많은 느낌을 받았다라든가,

굳이 600페이지라는 분량이 필요했을까?’라고 지적해놓았는데,

이 역시 다잉 라이트에서 똑같이(아니, 오히려 더 크게) 느낀 아쉬움이었습니다.

물론 사건들은 점차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되거나 명쾌한 방식으로 해결되긴 하지만,

500페이지라는 분량조차 길게 느껴질 만큼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만연체의 느낌이었습니다.

 

20151월에 이 작품이 출간된 후 아직 후속작 소식은 들려오지 않지만,

로건 맥레이의 캐릭터만 믿고 후속작들을 계속 읽어야할지,

두 작품을 통해 느낀 취향의 문제를 절감하고 더 이상의 읽기를 포기해야 할지

아직은 어느 쪽으로도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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