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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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글린 가문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인 운명의 날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 당시 커글린 가문의 흥망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로부터 7년 후인 1926년부터 1935년까지,

즉 금주법의 여파가 미국 전역을 몰아쳤던 혼란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운명의 날이 커글린 가문의 장남이자 보스턴 경찰이던 대니 커글린의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가문의 막내 조 커글린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는 무정한 밤의 세상에서

피비린내 나는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긴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운명의 날을 읽기 전 이런 톤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그 작품에서 두 형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어린 꼬마 조 커글린이

후속작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밤의 이야기를 이끌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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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경찰 파업이 무위로 돌아간 후 7.

보스턴에서 벌인 은행강도와 경찰 살해 사건으로 교도소에 간 18살의 조 커글린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할 악마 같은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밀주업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페스카토레의 지시와 배려 속에

조는 출소 후 남부 템파를 관할하는 보스 역할을 맡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지닌 재능과 폭력을 적절히 버무려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그 와중에 쿠바 출신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조는 부와 안락한 삶을 향유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밤과 폭력의 인간이 될 수 없었던 조는 결국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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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이 지배하던 암울하고 비밀스러운 20세기 초반의 미국에는 두 개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스스로 약자임을 인정하며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사는데 필요한 낮의 규칙이 있는가 하면,

부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냉정하고 잔인한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서려는 인간들이 지켜야 할 밤의 규칙이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추구하는 삶을 살려면 어느 한쪽의 규칙을 고수해야 되는데,

조의 불행은 두 개의 규칙 사이에서 어중간한 태도를 취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일찍이 밤의 규칙에 인생을 내맡기며 우여곡절 끝에 먹이사슬의 정점에 설 수 있었지만,

조에게는 스스로 거역할 수 없는 운명, 낮의 규칙의 피가 흐르고 있던 것입니다.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 살인에 대한 거부감, 약자에 대한 동정심 등

밤의 규칙의 신봉자들이 폐기처분해야 했을 덕목들을 조는 끝까지 버리지 못한 것입니다.

그 덕분에 그는 위기를 자초하고,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위기를 수없이 맞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우정을 나눈 친구를 잃고, 증오와 배신에 시달리는 그의 불행은

모두 낮의 규칙을 버리지 않은 대가였던 것입니다.

 

낮의 규칙에 대한 조의 미련과 연민은 타고난 성정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가 나눈 두 여인과의 로맨스에 기인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에마 굴드는 조가 제거하려 했던 악당의 정부였지만,

동시에 조로 하여금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지순한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남부 템파로 내려와 보스로서의 삶을 살게 된 후 만난 쿠바 여인 그라시엘라는

그에게 낮의 규칙의 진정한 미덕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여인입니다.

살인과 폭력이 날뛰고, 밀주업계의 잔혹한 대결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지만,

조와 두 여인의 로맨스는 달콤하면서도 독약 같은 긴장감을 지니고 있어

독자에게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느낌을 시종 전해주고 있습니다.

 

한편, 이미 운명의 날에서 붕괴의 조짐을 확실히 보여줬던 커글린 가문은

리브 바이 나이트를 통해 비극의 정점을 찍게 됩니다.

파업 때문에 경찰 옷을 벗어야 했던 장남 대니는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지 오래이고,

차세대 검사로 지목받던 차남 코너는 맹인이 된 후 밑바닥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 토머스는 지금까지는 경찰에서 고위직을 지키고 있었지만,

형들과 달리 어려서부터 폭력의 세계에 발을 담근 막내 조 때문에

결국 불명예스러운 말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데니스 루헤인은 커글린 가문을 몰락시키진 않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장남 대니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조는 그라시엘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게 아버지 토머스의 이름을 부여합니다.

차남 코너의 이야기는 없지만, 어쨌든 커글린 가문은 소멸을 피하고 대를 잇게 됐으며

이제 그 마지막 이야기는 세 번째 작품인 무너진 세상에서를 통해 소개될 것입니다.

대하역사소설의 풍미를 선보인 운명의 날

피비린내 나는 누아르의 품격을 자랑한 리브 바이 나이트에 이어

무너진 세상에서가 어떤 스타일의 서사를 들고 나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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