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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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남부의 허름한 아파트 23번지.

그곳에는 고독한 독신남 토머스, 친절한 이란인 망명자 호세인, 은둔형 외톨이 제라드,

가출 소녀 셰릴, 그곳에서 칠십 평생을 산 베스타, 그리고 도망자 콜레트까지 6명이 산다.

우연히 그곳에 이사 오게 된 콜레트는 첫날부터 음침한 기운을 느끼며 떠나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에 연루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웃들과 한배를 타게 된다.

그런데 이들 중 한 명은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연쇄 살인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그 무엇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과연 이들은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출판사 책 소개글을 일부 수정, 인용했습니다)

 

● ● ●

 

내 옆집에 사는 연쇄살인마라는 설정만으로도 일단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면서도 이웃의 이름은 물론 얼굴조차 모르는 세태 속에

낯선 이웃이 연쇄살인마로 밝혀진다면 그야말로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작품 속 허름한 아파트에 함께 사는 이들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이웃들입니다.

(물론 등장만 할 뿐 얼굴 한 번 제대로 안 비치는 기이한 인물이 있긴 합니다만..)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 서로에게 관심 정도는 갖고 있다고 할까요?

이들에겐 세상과 거리를 두려 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사장의 돈을 들고 도망친 끝에 런던 남부에 숨어든 주인공 콜레트,

망명을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은 중동 출신 이방인 호세인,

종일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한 발짝도 집에서 나오지 않는 제라드,

청소년보호소를 빠져나와 15살의 나이를 숨긴 채 좀도둑질로 연명하는 셰릴,

그리고 자신이 태어난 임대아파트에서 하루하루 늙어가는 노파 베스타 등...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됩니다.

제목대로 이 6명 안에 숨어있는 연쇄살인마의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죄행각이 하나이고,

치매에 걸린 노모 때문에 추격의 위험을 무릅쓰고 런던으로 돌아온 콜레트가

이웃들과 함께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전락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또 하나입니다.

, 자신이 수집한 희생자들을 엽기적인 방식으로 사랑하는 연쇄살인마의 이야기와

경찰과 마주쳐선 안 되는 입장 때문에 살인사건의 공범을 자처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어딘가 불온한 기운을 내뿜는 아파트를 무대로 펼쳐집니다.

 

사실 연쇄살인마와 이웃들의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전개됩니다.

물론 후반부에 가서 두 이야기가 접점을 갖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량 면에서도 이웃들의 이야기에 좀더 많은 양이 할애됐고,

연쇄살인마의 살인동기나 이웃들과의 긴장감이 명쾌하게 묘사되지 않은 탓도 있는데다

결정적으로는, 작가가 챕터마다 여러 이웃들의 시점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그들의 기구한 사연들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연쇄살인마를 앞세운 스릴러라기보다

런던 남부의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이방인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협소하고 허름한, 일종의 밀실의 느낌까지 풍기는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온갖 잔혹하고 기이한 사건들에 대한 세부적 묘사라든가

감당하기 힘든 사건에 말려든 여러 캐릭터의 불안정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스릴러로서의 미덕을 충분히 살려주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번역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2015 매커비티 상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이야기의 밀도나 캐릭터의 매력 모두 괜찮았지만,

읽는 내내 직역 또는 비문처럼 읽힌 문장들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 한국말인데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간 설명이나 심리묘사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출간 전에 좀더 꼼꼼하게 교정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띠지에는 이 작품의 영화화가 결정됐다고 하는데,

밀실 같은 허름한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엽기적인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왠지 책보다는 영상에서 좀더 제대로 힘을 발휘할 것 같다는 기대가 듭니다.

예정대로 제작되고 국내에도 개봉된다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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