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임상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은 전작인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 자신이 관여한 사건으로 인해 현재 가족과 별거 중입니다. 파킨슨병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조를 사랑했던 아내 줄리안이지만 가족의 목숨까지 경각에 빠뜨린 그의 오지랖 넓은 정의감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조는 어떻게든 가족들과 재결합하기 위해 간절히 노력하지만, 또다시 치명적인 사건이 운명처럼 조를 찾아옵니다. 조의 큰딸 찰리의 절친인 시에나가 전직 경찰인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됩니다.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진 시에나를 상담한 조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그녀가 범인이 아님을 확신합니다. , 누군가 시에나를 조종하여 그녀의 몸과 마음을 망쳤으며, 바로 그 누군가가 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믿습니다.

 

내 것이었던 소녀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2005년에 출간된 용의자1, 미출간작인 ‘The Drowning Man’2, ‘산산이 부서진 남자3편입니다. 마이클 로보텀과 처음 만난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는 크게 못 느꼈던 점인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글빨이 대단하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의 위기와 지독한 심리전 등 피와 살이 튀는 잔혹한 스릴러 이상의 다양한 코드들을 너무나도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비유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적절하고, 유머는 촌철살인에 가깝습니다. 캐릭터도, 구성도, 사건의 전개도 매력적이고 절묘합니다. 딱 한 가지,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사건들을 한 줄의 실에 꿰기 위해 이야기 막판에 약간의 무리수를 둔 점은 다분히 작위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것이었던 소녀는 전작보다 확실히 진화한 작품임에 분명했습니다.

 

조 올로클린 시리즈가 여타 스릴러 시리즈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임상심리학자라는 그의 직업에 있습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의 서평에서 범인은 사람의 마음을 부수는 반면, 조는 부서진 사람의 마음을 이어 붙여 온기가 되돌아오게끔 도와줍니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내 것이었던 소녀에도 역시 누군가의 마음을 움켜쥔 채 마음껏 조종하며 유린하는 희대의 악마가 등장하고, 조는 그의 심리를 파악하여 과거와 현재의 행동의 양태를 밝혀냅니다.

물리적 수사만으론 밝혀내기 힘든 범인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과 행동의 양식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희생자들의 무너진 마음이 재건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때론 그런 과정들이 빠르고 독한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지루하게 읽힐 수도 있지만, 마이클 로보텀은 사건과 심리를 적절히 안배하여 그런 지루함을 사전에 차단해놓습니다.

 

가족의 문제역시 이 시리즈에서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인데, 조는 매력적인 사건 해결사지만 동시에 가족을 잃은 가장, 큰딸에게 단절감을 느끼는 아버지, 그리고 파킨슨병과 중년의 위기로 심신을 다친 무력한 남자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로보텀은 단순히 가족주의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조로 하여금 자신의 문제와 솔직하게 대면하게 함으로써, 또 자신 때문에 벌어진 아내와 딸과의 간극을 통렬히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공감과 연민을 이끌어냅니다. 어쩌면 스릴러 자체보다 조의 인간적인 갈등에 더 매력을 느끼는 독자가 많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두 개의 사건을 무리하게 연결시킨 부분은 앞서 얘기한대로 이 작품의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아무래도 단선적인 스토리를 극복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이는데, ‘산산이 부서진 남자에서도 이런 작위성이 살짝 엿보인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로보텀의 신작들이 계속 기대되는 이유는 매력적인 글빨과 너무나도 인간적인 조의 캐릭터, 그리고 개성 강한 그의 도우미들 여경감 베로니카와 퇴직 경찰 빈센트 때문입니다. 절판됐거나 아직 소개되지 않은 시리즈 첫 두 편은 물론 해외에서 출간된 신작들도 빠른 시일 안에 국내에 소개되기를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