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과 서커스는 서평 쓰기가 참 어려운 작품입니다.

네팔이라는 신비하면서도 멀고 먼 나라에서 벌어진,

그것도 왕실이라는 생경한 공간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네팔의 독특한 풍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여행기처럼 전개되지만,

왕실살인사건이 벌어진 후로는 직업이 기자인 주인공을 통해 아는 것퍼뜨리는 것’,

즉 언론과 언론인의 사명에 대해 적잖은 분량과 진지한 태도로 언급합니다.

그러다가, 취재원으로 만났던 한 군인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은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듭니다.

현지 경찰의 보호 속에 주인공은 군인의 죽음과 왕실살인사건의 접점을 찾기 위해 애씁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의 전체적인 느낌은,

이 작품은 혼란스러운 20대의 후반을 보낸 한 사람의 성장기이자

기자라면 누구나 겪을 세상을 보는 태도에 대한 통과의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은 분량임에도 페이지는 금세 넘어갑니다.

어렵지도, 현학적이지도 않은 문장들 속에 네팔의 풍광이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고,

사건과 인물 역시 간결하면서도 리얼하게 설정돼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다양하고 이질적인 코드들이 한데 섞여있다 보니

읽는 내내 내가 지금 어떤 장르의 소설을 읽고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네팔의 비참한 현실, 언론인의 사명과 뉴스의 허상,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등

한 작품의 주제로도 충분한 묵직한 코드들이 대등한 무게감으로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신비하면서도 먼 나라 유고슬라비아를 소재로 삼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안녕 요정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마치 속편을 접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는 안녕 요정에서 조연이긴 하지만

일명 센도라 불리며 어딘가 초연한 분위기와 카리스마를 내뿜는 10대 소녀로 등장합니다)

알라딘 소설 MD 최원호 님은 최근 요네자와 호노부가 미스터리 트릭보다는

범죄에 얽힌 사람들의 심리와 그에 따른 스토리텔링에 주력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왕과 서커스는 바로 그런 경향의 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인 야경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0’ 3대 리스트 1위를 차지한 것은 100% 공감했지만,

요네자와 호노부가 이 작품으로 3대 리스트 12연패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좀 의외였습니다.

미스터리에 대한 너무 큰 기대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한다면

절반도 못 가서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고비만 잘 넘긴다면 정말 맛깔나게 글 잘 쓰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으니 부디 중도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