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년 코타로는 할머니와 함께 낯선 마을로 이사한다. 앞으로 살게 될 마을과 집에서 낯익은 기시감을 느낀 코타로는 이사 첫날 동네의 미치광이 노인에게 꼬마야 다녀왔니?”라는 의문의 말을 듣게 된다. 이사 온 집에 들어선 순간 오래전부터 겪어온 기묘한 악몽을 다시 체험한 코타로는 날이 어두워진 이후 집 이곳저곳에서 괴이한 현상과 맞닥뜨리고, 마을의 신령을 모신 숲에서는 정체 모를 존재에게 쫓기는 최악의 경험까지 한다. 마을에서 사귄 동갑내기 소녀 레나와 함께 악몽의 비밀을 찾아 나선 코타로는 10년 전 이 동네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의 진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수정 후 인용했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화가’(禍家,2007) - ‘흉가’(凶宅,2008) - ‘마가’(魔邸,2017) 순으로 출간됐는데, 한국에선 시리즈 2편인 흉가가 몇 달 먼저 출간됐습니다아직 흉가는 못 읽었지만 화가를 읽고 보니 집 시리즈사관장백사당의 모호하면서도 광기어린 공포 코드를 쉽고 사실적인, 즉 대중적인 이야기 속에 풀어놓았다는 느낌입니다. ‘사관장백사당이 공포 그 자체의 진수를 맛보게 해줬다면, ‘화가는 미쓰다 신조 식 공포물에 거부감을 가진 독자조차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런 특징은 어쩌면 상반된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읽히는 문장과 무난한 수준의 공포, 할리우드 공포영화 같은 선명한 엔딩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환영받을 수도 있겠지만, 미쓰다 신조의 광팬이라면 대중적인 서사와 영합한(?) 지점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공포물은 깔끔한 전개와 엔딩보다는 모호함과 개운치 않음으로 인해 더욱 매력을 느끼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소년 코타로가 겪는 괴이한 현상들은 사관장의 주인공 다쓰미 미노부가 죽음의 기운으로 가득 찬 신당(神堂) 백사당과 도도야마 산에서 겪은 일들과 비슷합니다. 그 묘사마저 비슷해서 처음엔 자기복제의 느낌까지 들었지만, 미쓰다 신조가 초반부터 암시한 현실적인 미스터리 코드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은 분명 사관장이나 백사당과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흐름이 비교적 단선적이고 미스터리 역시 소소한 느낌에 그치고 있어서 작가 시리즈노조키메에서 맛보았던 미쓰다 신조만의 매력은 덜한 편이었습니다.

 

소름 돋는 공포와 정교하게 짜인 미스터리의 조합으로 유명한 도조 겐야 시리즈가 장편서사극에 비유할 수 있다면, ‘화가는 아무래도 단편영화 또는 단막극 정도의 규모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 면에서는 여느 공포물에 비해 뒤질 것이 없지만, 미쓰다 신조의 광팬 입장에선 공포의 농도나 미스터리의 깊이 면에서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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