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1914년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 젊은 의사 장 마르크 몽장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 카티야 트레빌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마을 사람들과 벽을 쌓은 채 살고 있는 그녀의 가족과도 인연을 맺게 된 몽장은

카티야에 대한 불같은 사랑을 키워가면서

동시에 어딘가 평범치 않은 카티야 가족들의 비밀에도 서서히 다가가게 됩니다.

자신과 카티야의 만남을 강하게 반대하는 쌍둥이 남동생,

세상과 절연한 채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가벼운 치매기를 보이는 그녀의 아버지,

열정으로 가득 찬 듯 보이지만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카티야...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카티야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몽장은 사랑을 키워가지만

결국 그가 마주하게 된 것은 카티야 가족의 엄청난 비밀과 비극적인 가족사입니다.

 

● ● ●

 

트리베니언의 이름은 여러 차례 들어봤어도 작품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펄스에서 출간된데다 최필원 님께서 번역을 하셨고 작품 분류 역시 스릴러로 돼있어서

내심 스케일이 크거나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얽히는 스릴러 스토리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카티야의 여름은 그와는 거리가 먼 작품이었습니다.

굳이 유사한 톤의 작품을 꼽자면 넬레 노이하우스의 여름을 삼킨 소녀정도랄까요?

비극적인 결과가 예정된 로맨스, 비밀과 상처로 가득 찬 가족사,

충격적이지만 가슴 아픈 반전 등이 이야기의 주된 코드들입니다.

 

하지만 카티야의 여름은 그에 덧붙여 복잡한 심리극의 요소들을 더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프로이트의 이론들은 그저 겉멋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토대 중 하나입니다.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카티야 가족들의 상황들이나

그런 분위기를 대변하는듯한 낡고 음산한 분위기의 저택,

꿈과 유령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 등도 이 작품의 심리극적 특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카티야와 그녀 가족의 비극이 더욱 서늘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가장 큰 뼈대는 25세 청년의 열정 가득한 로맨스입니다.

갖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카티야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는 몽장의 스토리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인지 카티야의 여름은 딱히 장르를 명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심리학적 로맨스? 사이코 스릴러? 고딕 로맨스?

한 마디로 쉽게 구분 지을 수 있는 단순한 소설이 절대 아니다.

이 소설은 무척이나 로맨틱하며, 동시에 잔혹하다.”라는 출판사의 소개글도

아마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 억지이긴 하지만 심리 로맨스 스릴러정도가 적당한 분류가 아닐까 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긴 분량은 아니지만 모든 비밀과 반전이 후반부에 쏠려 있어서

세고 독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좀 심심하게 읽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심리극의 요소가 가미된 비극적 가족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물 흐르듯 전개되는 스토리의 재미와 반전의 쾌감을 모두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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