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랭 레몽 지음, 김화영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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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버지의 나이에 이른 작가가 자신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담담하게 기록한 작품입니다.

표제작인 첫 수록작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고향이나 다름없는 소도시 트랑을 배경으로

부모와 레몽의 10명의 형제의 행복과 불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한 젊은이가 지나갔다는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겪던 1960년대 후반을 무대로

파리, 퀘벡, 로마, 알제리에서 요동치는 삶을 살았던 레몽의 청년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전적인 회고록이지만 소설만큼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주인공의 삶을 지켜보고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일정 부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란 게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자신이 태어날 시대, 자신과 함께 성장할 형제, 생명의 원천이자 갈등의 상대인 부모 등

어느 하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

누군가는 혹독한 시대, 잔인한 형제들, 남보다 못한 부모를 만나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풍요의 시대, 다정한 형제들, 애정과 존경을 공유하는 부모를 만나기도 하겠죠.

누군가는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크게 모나지 않은 삶을 추구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한탄하고 자책하고 반성하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운명에 맞서기도 합니다.

 

레몽에게 있어 운명은 별로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맑고 순수했던 유년기의 행복은 부모의 반목으로 인해 산산조각 났고,

웃음으로 가득 찼던 트랑의 2층집은 언젠가부터 낯선 냉기가 지배하게 됩니다.

그저 두렵고 낯선 존재였던 아버지의 죽음은 뒤늦은 자책과 한탄을 불러왔고,

기숙학교에서의 고립된 삶은 레몽의 삶의 방향을 크게 흔들어놓는 계기가 됩니다.

 

청년기에 접어든 레몽은 신부가 되는 수업을 받으며 세계를 돌아다니던 중

세계관과 가치관의 변화를 겪으며 혼돈의 1960년대 후반을 살아갑니다.

적극적인 정치적 활동은 물론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자성의 삶을 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했던 그 나이에 이른 레몽은

모든 기억의 원천이던 트랑의 집과 낡은 흑백사진 같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폭풍 같은 성장과 구도의 길을 기록하게 됩니다.

 

번역자의 해설대로 이 작품은 소설을 구성하는 이야기보다

삶의 진실에 대한 의문과 진정한 삶에 대한 갈망에 사로잡혀

분류처럼 세차게 달려온 그 젊은이의 내면적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입니다.

딱히 극적이지도, 충격적이거나 반전이 있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하나의 인격이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선택과 결정을 통해

어떻게 극적으로 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나름 흥미진진한 맛이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와 조금은 멀리 떨어진 시대적 배경 때문에

한국의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는 생소하거나 공감대가 떨어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시대와 지역을 떠나 누구나 겪게 되는 젊은 날의 통과의례에 관한 자전적 회고록이란 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텍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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