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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ㅣ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전설적인 킬러 코트 젠트리, 일명 ‘그레이맨’에게 동생을 잃은 나이지리아 독재자 아부바커는
천문학적인 천연가스 개발권을 미끼로 거대 재벌 로랑그룹에게 그레이맨 제거를 요구합니다.
합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엄청난 규모의 부와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로랑그룹은
미국인 변호사 로이드와 독일인 킬러 리겔을 앞세워 그레이맨 제거에 혈안이 됩니다.
로이드는 그레이맨의 후원자이자 은인인 스파이계의 대부 피츠로이의 가족을 인질로 잡았고,
리겔은 로랑그룹이 내건 상금을 통해 수십 명의 다국적 킬러들을 끌어들입니다.
노르망디에 인질로 잡힌 피츠로이와 그 가족을 구하기 위해
그레이맨은 사방에 깔린 킬러들과 혈투를 벌이며 한걸음씩 노르망디로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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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제거하려는 로이드와 리겔, 그리고 수십 명의 뛰어난 다국적 킬러들을 상대하면서
노르망디까지 진격하는 그레이맨의 48시간 동안의 여정은 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가는 곳마다 거리의 아티스트라 불리는 감시원들이 깔려있고,
조금만 틈을 보이면 엄청난 현상금에 눈먼 다국적 킬러들이 대낮 도심에서 총을 갈겨댑니다.
안 그래도 한때 몸담았던 CIA마저 눈에 불을 켜고 그레이맨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행보는 마치 눈이 가려진 채 지뢰밭을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레이맨’은 최고의 스파이물 ‘본 시리즈’를 연상시킵니다.
무엇보다 코트 젠트리의 이력이나 살인기계를 능가하는 뛰어난 능력이 그렇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무수한 능력자 킬러들이 떼로 등장하는 점도 그렇습니다.
예상치 못한 배신과 위기, 기대하지 않은 조력자의 등장,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거대악의 존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코트 젠트리는 냉혈동물 같은 킬러이면서도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언제라도 자신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인간미와 정의감’입니다.
그는 아무리 큰돈이 걸려있더라도 명백한 악이 아니라면 일을 맡지 않습니다.
반대로, 정의감 하나 때문에 무모해보일 정도의 상황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코트 젠트리의 ‘노르망디 작전’ 역시 그런 무모한 상황 중의 하나입니다.
한때 자신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지만 피츠로이는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이며,
나이지리아의 독재자와 로랑그룹의 하수인들은 누가 봐도 명백한 악 그 자체라는 사실이
코트 젠트리의 인간미와 정의감을 부추긴 원동력입니다.
조금은 인공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실 이런 점은 액션물 주인공이 갖춰야 할 당연하면서도 기본적인 매력이긴 하죠.^^
액션물은 영상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취향 탓에 자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몇몇 작품을 통해 소설이 주는 남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중입니다.
‘그레이맨’ 이후 발표된 시리즈들이 연이어 배리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보면
노르망디 작전 이후 코트 젠트리의 거취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후반부에 암시된 그의 다음 미션을 보니 역시 짜릿한 재미를 줄 것 같네요.
‘그레이맨’의 성공으로 마크 그리니의 다음 작품들도 무사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족으로...
펄스에서 지난 여름 출간한 ‘아파치’는 재미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여러 독자들이 편집에 관해 아쉬운 반응을 많이 보였습니다. 저도 그랬구요.
‘그레이맨’의 경우 판형은 마음에 들었지만
페이지를 줄이려 한 탓인지 너무 작은 글씨 때문에 첫인상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물론 이야기에 빠져들고나면 글씨 크기야 전혀 의식할 수 없게 되긴 하지만요...
글씨 크기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적잖은 오타와 무수한 띄어쓰기 오류였습니다.
일일이 찍어놓긴 했는데, 서평에 나열하기엔 양이 너무 많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별 5개의 작품이지만, 오타와 오류 때문에 별 1개를 뺐습니다.)
저처럼 약간의 결벽증에 걸린 독자가 아니라도 자주 발견되는 오타는
작품과 출판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입니다.
‘그레이맨’의 후속작은 편집 과정에서 좀더 신경 쓴, 옥의 티 없는 결과물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