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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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야마 고교의 축제를 앞두고 2학년 F반에서 제작 중이던 미스터리 영화가

시나리오를 맡은 학생이 과로와 심리적 부담으로 쓰러지면서 촬영 중단사태를 맞이합니다.

신경 쓰여요.”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사건 수집가지탄다 에루는

F반의 이리스 후유미로부터 지원을 요청받고 호타루를 비롯한 고전부를 사건에 끌어들입니다.

고전부가 받은 미션은 그때까지 제작된 영화의 초반부, 즉 피살자가 발견된 장면까지만 보고

애초 작가가 구상했던 트릭과 범인을 추론해냄으로써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F반의 축제용 영화 제작이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제작에 관여했던 학생들의 다양한 추론 밀실살인, 3의 인물 설 등을 들으며

나름의 추리를 전개시키지만 좀처럼 진상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 ● ●

 

미스터리의 힘이라는 기준에서만 보면 좀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의 진짜 미덕은 작가의 상상력과 잘 짜인 형식의 힘에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만 보고 시나리오의 나머지 부문, 즉 범인과 트릭을 알아내야 한다는 설정은

어떻게 보면 고교 1년생인 고전부 멤버들에게 어울리는 쉽고 단순한 미스터리 같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맡은 학생이 정작 미스터리에 문외한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사건 현장이 계획적으로 준비된 완벽한 밀실이며

누구도 범인으로 지목하기 곤란한, 좀처럼 추론하기 어려운 트릭이 동원됐다는 사실은

호타루를 비롯한 고전부 멤버들을 꽤나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독특한 상상력이 자아낸 재미있는 설정을 기반으로 작가는 한편으론 미스터리의 정석을,

다른 한편으론 고교 1년생의 성장통을 함께 다루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는 좌우명을 가진 호타루가

F반의 카리스마 여제이리스 후유미에게 말려들어 그답지 않게 진상 파악에 힘쓰는 모습은

빙과를 읽은 독자라면 어라~?” 소리가 나올 만큼 재미를 주는 대목입니다.

스스로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던 호타루는 이리스 후유미의 부추김

고전부 멤버들의 진심어린 칭찬덕분에 새삼 다른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오버까지는 아니었지만 분명 호타루가 자기애와 자만심의 냄새를 풍긴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또래라면 거쳐야 할 아프고 힘든 통과의례의 발단으로 작용합니다.

시리즈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이면서, 아직 채워야 할 여백이 많은 10대의 호타루에게는

언젠가 한번은 겪어야 할 자기 성찰의 시간이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에서 펼쳐진 것입니다.

 

이런저런 장점과 미덕에도 불구하고 (‘빙과의 기억이 강렬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입니다.

호타루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재미는 있었지만 어딘가 교과서적인 냄새도 좀 난 듯 했고,

미스터리는 독특하고 개성 있게 설정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치밀했거나 복잡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호타루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덕분에 지탄다, 후쿠베, 이바라 등 다른 고전부 멤버들이

확연히 조연 역할에만 머물렀던 것도 아쉬움 중 하나였습니다.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일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믿고 읽는 작가요네자와 호노부의 특별한 상상력을 맛보게 해준 것으로

바보의 엔드 크레디트는 나름의 존재감을 충분히 발휘했다, 정도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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