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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밀실과 박사들 ㅣ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2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외딴 섬에서 벌어진 3중 밀실 사건을 해결한지 1년.
N대학 건축학과 조교수 사이카와 소헤이와 그의 제자 니시노소노 모에는
이번에는 교내 연구소 실험실에서 벌어진 기이한 밀실 사건과 마주하게 됩니다.
성공적인 실험의 뒤풀이를 하는 실험실 부속공간에서 두 구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뒤풀이 참석자들이 지켜보고 있어 남의 눈을 피해 드나들 수 없는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은
수많은 가설과 추리 속에서 미제 사건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합니다.
견학 차 실험실을 찾았다가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 덕분에 사건 관계자가 되긴 했지만
사이카와는 애초부터 수사에 끼어들 마음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를 흠모하는 니시노소노 모에가 물불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면서
사이카와 역시 ‘불가능한 밀실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특히 니시노소노 모에가 끔찍한 위기에 빠지는가 하면
또다른 사체가 실험실에서 발견되자 사이카와의 추리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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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조교수 사이카와 소헤이와 그의 제자 니시노소노 모에가 이끄는
‘이공계 미스터리’ S&M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보통 ‘모든 것이 F가 된다’가 S&M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모리 히로시가 처음 집필한 작품은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입니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해설을 맡았던 세나 히데아키가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중요한 작품이지만
본 작품과 비교하면 수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라고 평한 반면,
이 작품의 해설을 맡은 오타 다다시는
“‘F’에 비해 이번 작품은 조금 놀라울 만큼 정통적인 본격 미스터리다.
그렇지만 얕잡아 볼 수는 없다. 그 논리성은 지극히 뛰어나다.
‘F’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 독자도 이 작품은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대신 순도 99%의 강렬한 자극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두 사람의 평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작품에만 충실한 해설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 작품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양쪽 평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차가운~’이 ‘F’에 비해 외양이나 트릭의 수준에서 수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 미스터리의 본령에 가까운 뛰어난 논리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분명 ‘F’보다 확실하고 공감하기 쉬운 대중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F’를 시리즈의 첫 편으로 결정한 작가와 출판사의 선택은
신선한 소재와 이공계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개성 때문이라고 추정됩니다.
그에 비하면 ‘차가운~’은 같은 밀실 트릭을 다루고 있지만
소재의 신선함보다는 추리의 논리적 전개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고,
그러다 보니 독자들에게 가해지는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기에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영예를 ‘F’에게 양보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신선함과 기발함도 좋지만 공감력을 좀더 중시하는 개인적인 기준 때문에
저의 경우 ‘차가운~’에게 별 반 개 정도는 더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어딘가 심각하게 삐딱하고 4차원적이던 사이카와의 캐릭터는
‘차가운~’에서는 친근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캐릭터로 순화됐고,
띠동갑보다 어리면서도 사이카와에게 가열차게 대시하던 니시노소노 모에의 귀여움은
훨씬 더 적극적인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순간의 깨달음’으로 비약적인 추리를 선보인 사이카와의 비현실적 천재성은 여전했고,
‘F’에서 사이카와에 필적한 추리를 보였던 니시노소노 모에는 약간 퇴보한 느낌을 보인 탓에
캐릭터의 진화라는 부분을 맛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아마 애초 ‘차가운~’을 첫 작품으로 썼다가 ‘F’ 이후의 작품으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오류(?)가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이어 두 권의 작품을 읽은 탓에 본의 아니게 ‘비교 서평’이 되고 말았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읽고 모리 히로시에게 의문을 품은 독자에게
‘차가운 밀실과 박사들’은 이후의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F’보다 좀더 고급스런 이공계 미스터리를 기대한 독자에겐 약간 심심하게 읽힐 수도 있지만,
선명한 논리와 현실적인 트릭, 비극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깔려있는 작품이기에
약간의 심심함을 넉넉하게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올해 안에 연이어 S&M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두 작품을 통해 모리 히로시의 팬이 된 입장에서 후속작의 출간이 무척 기다려집니다.
철저히 문과적 인간인 제게 또다시 이과적 지식의 범람을 떠안기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