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평점 :
어딘가 비틀어진 신념, 평범하지 않은 가치관, 집착에 가까운 자기애(自己愛)...
조금이라도 임계점을 넘어가버리면 그런 마음을 지닌 주인을 폭발시키거나
절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게 만들어버리는 위험한 요소들입니다.
‘야경’에 수록된 6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인에 의해 임계점을 넘어간 신념과 가치관과 자기애로 인해
자신을 파괴하거나, 타인을 망가뜨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소심하지만 무모하고, 거기에 총에 관한 집착까지 겸비한 신참 경찰,
뛰어난 미모의 유전자와 파괴적인 속성까지 공유한 아름다운 어머니와 두 자매,
도시에서 종적을 감춘 뒤 자살로 유명해진 외딴 산속 온천여관의 종업원이 된 여자,
실적과 집념에 사로잡힌 채 거대한 도박을 감행하는 해외주재원,
추락사고가 빈발하는 절벽 근처의 인적 없는 휴게소를 홀로 지키는 할머니,
어딘가 고풍스러운 면모를 지녔지만 결국 살인범이 된 하숙집의 젊은 여주인 등
설정만으로도 서늘한 기운이나 광기를 내뿜는 인물들이 6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야경’을 읽은 뒤끝은 마치 결론 없는 괴담을 읽은 것처럼 기묘할 따름입니다.
끝나도 끝난 것 같지 않고, 오히려 그 뒤에 벌어질 이야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수록된 작품마다 미스터리의 요소를 품고 있어 나름의 반전과 충격을 전하기도 하지만,
이런 애매한 독후감이 드는 이유는
작가의 방점이 미스터리 이면에 있는 ‘평범하지 않은 심리’에 찍혀있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딱히 사이코패스도,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마음의 모양새와 행로는 꽤나 파격적입니다.
마음만으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이거나 철저히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그들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때론 공감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수시로 “그(녀)는 왜?”라는 질문이 마음속에서 불쑥불쑥 솟아오르지만,
한두 작품 외엔 대부분 명쾌한 대답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뭐야?”라는 의문은 들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한 작품만 빼고..^^)
작가는 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등장인물과 비슷한 모양새의 마음을 지닌 독자라면 공감을 넘어 열광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은 독자라면 증오 또는 혐오감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명성에 비해 직접 읽어본 작품이 1~2권밖에 없어
‘야경’이 요네자와 호노부의 ‘전공 분야’인지 ‘일시적 외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전부 시리즈에 앞서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이 어떤 내용일지 급 궁금해졌습니다.
‘야경’에서 느낀 기묘함을 다시 맛볼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더욱 반가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