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불임에 따른 우울증과 폭음으로 알코올중독이 된 채 남편에게 버림받은 레이첼은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매일 기차를 타고 이미 해고된 직장으로 거짓 출퇴근을 합니다.

창밖으로는 전 남편 톰과 새 아내 애나가 살고 있는 자신의 옛집이 보이는가 하면,

늘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 찬 이웃집의 메건과 스콧 부부도 보입니다.

어느 날 메건이 낯선 남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레이첼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알려야 된다는 강박에 빠집니다.

하지만 경찰도, 메건의 남편 스콧도 알코올중독에 빠진 레이첼의 진술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건 발생 당시 인근에서 피투성이가 된 레이첼을 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필름이 끊긴 레이첼이 그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자 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 이릅니다.

기차 안에서 목격했던 메건 곁의 낯선 남자는 누구인지?

만취한 채 누군가에게 폭행당한 것 같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날 밤의 진실은 무엇인지?

혹시 자신이 메건의 실종에 관여된 것은 아닌지?

레이첼은 끝없이 자문하지만 알코올에 의해 사라진 기억은 전혀 되돌아올 줄 모릅니다.

 

● ● ●

 

이야기는 세 여자 레이첼, 메건, 애나가 번갈아가며 화자를 맡으며 전개됩니다.

시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세 명의 와 그녀들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구성은

독창적이면서도 궁금증과 긴장감을 동시에 증폭시키는 매력적인 설정입니다.

 

이야기는 실종사건의 진실을 찾는 미스터리의 구도를 갖췄지만

세 여자의 집착, 욕망, 기억, 거짓말 그리고 일그러진 사랑법을 그린 심리물에 가깝습니다.

알코올중독으로 망쳐버린 과거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수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레이첼,

멈추지 않는 욕망의 화신이자 일그러진 사랑을 통해서만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메건,

불륜을 통해 레이첼의 남자를 쟁취했지만 그녀의 광기 서린 집착이 두렵기만 한 애나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세 여자의 삶은 폭발 직전의 불안정한 화합물처럼 위태롭고,

어딘가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위화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세 여자의 남자들 역시 비슷한 톤의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는데,

어딘가 음험해 보이기도 하고, 거침없는 욕망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누가 범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의혹을 사게 됩니다.

 

인간미나 사회성이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캐릭터들이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집착하고 욕망하는 가치관은 사랑과 가족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행복한 가족을 지키고 완성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특히 사랑과 가족의 결정체인 아기가 세 여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레이첼의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은 전 남편 톰과의 불임에서 기인했고,

애나의 행복과 불행은 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아기 때문이며,

메건의 집착과 욕망은 아기를 잃었던 비극적인 기억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녀들의 욕망은 소박했지만, 그것이 초래한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고,

그 아이러니는 읽는 내내 목 안의 가시처럼 안쓰럽거나 불편하게 여겨졌습니다.

 

기찻길 옆에 자리 잡은 똑같은 모양의 집에 살며

운명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어야만 했던 세 여자의 무겁고 고단한 삶을 지켜보는 것도,

또 그 관계 속에서 벌어진 의문의 실종 사건의 진실을 캐는 일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지만,

아쉬운 점이라면 비슷한 상황과 전개가 반복되면서 약간은 피곤한 책읽기가 됐다는 점입니다.

460여 페이지는 어지간한 미스터리나 스릴러에 비하면 약소한 분량이지만

걸 온 더 트레인에 담긴 이야기의 규모에 비하면 조금은 과한 분량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에 쏟아진 찬사와 객관적인 판매량 지표를 보면서

한번쯤 고개를 갸웃했던 것도 동어반복과 분량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영미권 서평가들이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 이 작품을 비교하며

어느 작품이 더 매력적인가, 라는 논쟁을 벌였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평하자면, 미스터리와 반전에 관한 한 나를 찾아줘가 한 수 위라고 판단되지만,

집요할 정도로 디테일을 살린 심리물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느 작품이 우월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대등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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