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밀리언셀러 클럽 139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22명의 기라성 같은 스릴러 작가들이 짝을 이뤄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들의 팀플레이를 담아낸, 스릴러 독자들에겐 진정 로망 같은 작품집입니다.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의 대표 주인공인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가 한 팀이 되어 추악한 연쇄강간살인마를 추적한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늘 꿈꾸기만 하던 이런 설정이 현실이 됐으니 기대감과 설렘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수록된 11편의 작품은 작가들의 개성만큼이나 다채롭고 화려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액션과 반전으로 꽉 채워진 정통 스릴러부터 판타지와 법정 스릴러는 물론 인디애나 존스반지의 제왕을 닮은 어드벤처 스릴러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집입니다.

 

둘의 만남만으로도 짜릿했던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의 야간비행에선 호적수끼리 상대방의 분위기와 장점을 한눈에 알아보는 대목이 압권이었고, 팬더개스트가 등장한 가스등FBI 요원으로 활약했던 그의 과거 사건과 공적들이 실은 모두 망상이었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면서 전혀 새로운 팬더개스트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형사도 탐정도 아니지만 사고에서 아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쳤던 건축업자 글렌 가버는 이번에는 FBI 특수요원 션 라일리와 함께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칩니다. 링컨 라임과 루카스 데븐포트가 짝을 이룬 라임과 프레이는 그들의 단짝 조수 아맬리아 색스와 릴리의 활약 덕분에 훨씬 더 풍성했었고, 잭 리처와 닉 헬러의 대단한 배려는 이야기 규모나 전개는 심플하지만 캐릭터의 힘이 최고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좀 민망한 얘기지만, 이 작품집에 참여한 22명의 작가 중 한 편이라도 그 작품을 읽어본 작가는 고작 5명에 불과했습니다. 각 챕터마다 편집자가 작가와 주인공에 대해 간결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주인공들의 콤비 플레이가 자아낸 짜릿한 화학반응 같은 느낌이 낯선 작가의 주인공들에게선 쉽사리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좀더 많은 작가와 주인공을 알고 이 작품집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분량의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두 주인공의 만남에서 마무리까지가 빛의 속도로 전개되는데, 사실 모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장편의 이야기로 확장돼도 충분한 내용들이라 단편이라는 분량의 한계가 너무나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의 콤비 플레이가 600여 페이지에 걸쳐 쫄깃하게 펼쳐진다면 그것은 스릴러 독자들에겐 지상 최대의 선물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비를 걷지 않는 국제 스릴러작가 협회에서 운영비 충당을 위해 출간해온 파격적인 작품들 가운데 한 편인 페이스오프2, 3편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저만의 희망사항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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