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색다른 다섯 편의 괴담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학교 계단에 머물며 벌을 내리는 유령 (계단의 하나코), 분신사바의 저주 (그네를 타는 다리),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진 의문의 시체들 (아빠, 시체가 있어요), 거울 속에 나타난 미래의 자신때문에 겪는 참혹한 비극 (테두리 없는 거울), 상상 속에 만들었던 친구가 천재지변처럼 현실에 나타난 이야기 (8월의 천재지변) 등입니다.

 

첫 수록작 계단의 하나코를 제외하면 극도의 공포를 자아내는 호러물과는 살짝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괴담의 범주에 들면서도 따뜻함과 애틋함, 불안감과 공포 등 극과 극의 정서와 잔향을 남기는 특이한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차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실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입니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츠나구나의 계량스푼밖에 보지 못해서 그녀만의 매력이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지만, 이 작품까지 읽은 경험만으로 말하면, (그녀 스스로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현실과 거울의 경계, 진실과 꿈의 경계를 잃고 우연히 이쪽 세계에 스며든 존재감을 정말 매끄럽고 근사하게, 또 무시무시하게 잘 표현한다는 점입니다.

한 학생의 죽음의 진실을 캐는 학교 계단 속 유령이나 자신을 열 받게 한 주술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유령은 전형적인 판타지 속 캐릭터들이지만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 속에선 현실의 경계선까지 바짝 다가온, 정말 어딘가 실재할 것만 같은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사라진 시체들을 소재로 한 블랙코미디의 주인공 여대생이나 불같은 사랑에 빠진 채 거울 속 미래에 모든 것을 건 비련의 여고생, 또 거짓말과 상상으로 자아낸 친구를 현실에서 만나게 된 왕따 초등학생 역시 하나같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 캐릭터들입니다. 결국 츠지무라 미즈키 말대로 주인공들은 이쪽 세계에 스며든 기이한 존재들과 마주하면서 때로는 따뜻하고 행복한 엔딩을, 때로는 파국에 가까운 비극적인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 또는 어떻게?”라는 질문보다는 그저 저쪽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펼쳐놓은, 언젠가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를 판타지를 간접경험 해본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간다면 장르적으로 취향이 안 맞는 독자라도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