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싱 - 돌아온 킬러 의사와 백색 호수 미스터리 밀리언셀러 클럽 119
조시 베이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전직 마피아 킬러이자 의사인 피에트로 브라우나는 라이어넬 아지무스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세탁한 채 유람선에서 선상 의사로 근무 하던 중 대부호 렉 빌의 제안을 받고 미네소타 주 오지에 있는 백색호수를 방문합니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백색호수에 괴물이 있다고 주장하며 스폰서를 끌어 모은 현지 캠핑장 운영자 레지 트레이거 일행과 함께 괴물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100% 사기 같지만 마피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 자금이 필요했던 아지무스는 렉 빌이 동행시킨 미모의 고생물학자 바이올렛과 함께 백색호수에 도착하지만 영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사건에 연이어 휘말리며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작은 도시 포드와 그곳에 인접한 신비한 분위기의 백색호수는 괴물이라는 비현실적인 존재와 함께 으스스한 공포물의 배경을 이룹니다. 수년 전 일어난 백색호수에서의 의문의 사망사고가 정말 괴물에 의한 것인지, 그 후에 발생했지만 미제로 남은 살인사건 역시 괴물과 관련 있는 것인지, 이 쇼를 기획한 레지 트레이거를 비롯하여 괴물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자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집단 히스테리에 걸린 듯한 백색호수 인근 주민들 사이의 긴장감의 실체는 무엇인지, 특히 거액을 주며 바이올렛과의 동행을 조건으로 아지무스를 백색호수까지 보낸 대부호 렉 빌의 의중은 무엇인지 등 수많은 미스터리와 함께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위태로운 활극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애초 모든 것이 사기라고 확신했던 아지무스는 백색호수에서 정체불명의 생물체를 직접 맞닥뜨린 후론 괴물 실재론이 마냥 허구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명백히 거짓 쇼라는 선입견과 실제 자신이 겪은 일사이에서 아지무스는 혼란에 빠집니다. 작은 도시 포드를 황폐하게 만든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더욱 난감했는데, 관련자들의 진술이 명백한 살인이라는 주장과 단순사고라는 의견으로 갈리면서 아지무스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언뜻 보기엔 괴물 판타지와 살인 미스터리를 융합시켜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탐욕에 관한 것입니다. 막판에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그로 인해 파생된 비극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탐욕을 선의로 왜곡하고, 희생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인간들을 고발하면서 작가는 괴물이라는 신비한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중층의 서사를 잘 정렬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운반하는 도구는 의외로 블랙 코미디 풍의 화법입니다. 냉소와 풍자를 가득 담아 최대한 비틀고, 비꼬고, 비아냥대는 문장들은 의사지만 마피아 킬러의 전력을 지녔고 도피자금을 위해 사기극이 분명한 쇼에 동참한 아지무스의 모순된 캐릭터와 잘 어울리면서 독자의 눈길을 즐겁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다만, 가끔씩 과하게 사용된 나머지 이야기의 진행을 방해하는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분량 대비 부족했던 서사의 두께입니다. 540페이지의 분량에 비해 알맹이가 되는 서사는 비교적 단선적이었고, 막판에 드러나는 비밀과 거짓말의 실체는 기대한 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쇼에 동참한 적잖은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개인사가 상당한 분량으로 소개되지만 정작 메인 사건과의 관련성은 그리 밀접하지도, 촘촘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메인 요리는 소박한 반면 전채와 디저트는 너무 많은데다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할까요?

 

워낙 개성이 강한 작품이라 독자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블랙 코미디 풍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또 음습한 분위기의 미지의 괴물서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대책 없는 킬러 출신 의사 라이어넬 아지무스의 모험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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