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교실 - 제48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도착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이지만 그의 주특기인 서술 트릭이 아니라 학교 폭력의 잔인함과 공포, 그리고 20년이 지나 벌어지는 무자비한 복수를 다룬 본격 미스터리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양념처럼 기괴한 호러 분위기가 살짝 가미되어 있습니다.

 

6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걸맞게 이야기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20년 전인 1973,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3학년 A반에서 벌어진 잔혹한 집단 따돌림, 20년이 지나 당시 반장과 부반장에 의해 추진되는 불길한 예감의 동창회, 그리고 동창회를 통해 20년 동안 간직해온 고통을 고스란히 갚아주려는 한 인물의 계획 등 출판사 소개대로 현기증 나는 다중 플롯과 다중 해결의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독자가 찾아야 하는 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20년 전 3학년 A반의 집단 따돌림을 주도했던 수수께끼의 인물을 찾아야합니다. 마치 CCTV처럼 반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켜보던 이 인물에게 낙인찍힌 학생과 교사는 그 즉시 반에서 고립됨과 동시에 얼마 못가 자살, 전학, 사직이라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둘째, 20년 만에 열리는 모교에서의 동창회를 이용하여 전원 몰살이라는 극단적인 복수극을 꿈꾸는 인물을 찾아야합니다. 오랜 시간 억지로 봉인했던 아오바가오카 중학교에서의 고통스런 기억이 해제되면서 이 인물은 평생 씻기지 않을 상처를 남긴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할 철저하고 촘촘한 계획을 세워나갑니다.

셋째, 아오바가오카 중학교 학급명부와 살인계획서라는 메모를 소지한 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모든 기억을 잃은 탓에 혼란을 겪는 한 남자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인물도 많고 사건도 여럿이다 보니 독자가 소화해야 할 정보 역시 그만큼 방대하고 복잡해집니다. 또 찾아야 할 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서 한시도 느슨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20년 전 아오바가오카 중학교를 지배하고 있던 다분히 호러적인 분위기는 미쓰다 신조나 오노 후유미 풍의 괴담을 연상시켜 더욱 긴장감을 배가시킵니다.

 

사실 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중반쯤에 이르러 엔딩을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까지 오리하라 이치가 설치해놓은 트릭 때문에 파격적인 반전과 연타로 폭로되는 진상들을 경험하게 되고, 결국 이 방대한 분량을 빈틈없이 짜낸 작가의 필력에 여러 차례 놀라게 됩니다.

물론, 중간중간 조금은 무리한 설정들과 허술해 보이는 트릭도 눈에 띄긴 하지만, 작품 전체의 미덕을 훼손할 정도는 아닙니다. 호러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트릭과 소품들 역시 그 자체의 사실감을 따지기보다는 공포가 지배하던 20년 전의 교실을 묘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읽히지만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오리하라 이치의 문장들과 함께 학교괴담 + 복수극 + 미스터리라는 3종 세트를 한꺼번에 맛보고 싶다면 침묵의 교실이야말로 딱 맞아 떨어지는 텍스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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