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8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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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소개된 대낮의 사각을 비롯 파계재판’, ‘유괴’,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1950~60년대의 주요 출간작들보다 앞선 다카기 아키미쓰의 1948년 데뷔작입니다.

패전 이후 혼란스럽고 무질서했던 도쿄의 사회상과 함께 다분히 주술적이고 기이한 분위기를 내뿜는 문신의 향연이 상세히 묘사돼있고, 당대 최고의 문신을 새긴 여자, 광적으로 최고의 문신을 수집하는 의대 교수, 문신이 있어야 성욕을 느끼는 재력가, 문신 자체를 정신병으로 여기는 남자 등 괴담에 어울릴 법한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연쇄살인의 피해자들은 토막 나거나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되고, 밀실을 포함한 고전적이지만 중의적인 트릭들이 복잡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야기의 외연만 놓고 보면 언뜻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에도 시대가 끝나고 통제와 금지령 속에 몰락해간 문신사들의 비극, 세 자식들의 몸에 금기시 된 동물 문신을 새긴 전설적인 문신사, 도쿄대 의학부 표본실에 소장된 문신이 새겨진 100여 장의 인피(人皮), 뛰어난 문신을 찾아 매일 목욕탕을 찾아다니며 사후 문신 양도계약에 혈안이 된 수집가들, 그리고 전설과 신화, 탐욕과 증오가 혼재된 비극적인 가족사 등 독자를 요괴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는 도조 겐야 시리즈스타일의 설정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막판에 이르러 그동안 드러난 단서들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구성이나, 한계에 부딪힌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초슈퍼 울트라급 천재 해결사를 등장시킨 점 등은 다분히 아날로그적이고 올드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나의 트릭으로 이중 삼중의 효과를 노렸던 범인의 치밀한 계획이나 연이어 독자의 뒤통수를 치며 반전을 이끌어내는 해결사의 활약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일찌감치 범인을 눈치 챌 수도 있지만, 다카기 아키미쓰가 곳곳에 숨겨놓은 트릭만큼은 그리 쉽게 알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가 천재 해결사의 입을 빌려 표현한대로, “모든 단서와 정보를 뒤집어 생각하고, 평행선도 어디선가 마주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의외로 빨리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족으로.. 20152분기에 검은숲에서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으로 개정판이 나온다고 합니다. 동서문화사에서 2005년에 처음 출간됐으니 꼭 10년만입니다. 편집이나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세련된 문신 살인사건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어느 작품의 표지보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이긴 하지만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구판의 표지 - 작품을 읽고 나면 나름 이해할 수 있지만 만큼은 작품의 내용과 2015년이라는 시대에 걸맞게 페이스오프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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