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의 살인 - 제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가제가오카 고등학교 구 체육관에서 방송부장 아사지마 도모키가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됩니다. 사건에 투입된 센도 경부와 하카마다 유사쿠 형사는 탐문을 통해 체육관이 밀실 상태였다는 점을 알게 되곤 충격을 받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고 나름 확신에 찬 심문에 들어가지만, 경찰의 수사는 괴짜 천재 2학년생 우라조메 덴마에 의해 완벽하게 부정당합니다. 이후 수사팀이 용의자를 지목할 때마다 우라조메는 조롱하듯 그들의 수사결과를 뒤집었고, 결국 센도 경부는 우라조메와의 공조수사(?)를 결심합니다. 우라조메는 탐문은 물론 현장에 있던 사소한 단서들을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평범한 단서 속의 의미들을 추리하면서 퍼즐을 완성해나갑니다.

 

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을 수상한 아오사키 유고의 체육관의 살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산을 쓰고 있는 미소녀 일러스트 표지 때문에 그 진가를 오해하기 딱 좋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체육관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에 일본 특유의 학원물 정서가 잘 믹스된 제대로 된탐정물입니다. 라노벨 풍의 장면들이 간혹 등장하지긴 하지만, 그것은 라노벨 공모에도 몇 번 지원한 적이 있는 작가의 이력이 알게 모르게 배어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작가 후기에서 아오사키 유고는 최대한 적은 단서와 물증으로부터 모든 것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엘러리 퀸에 대한 오마주를 고백했는데, 실제로 탐정 역할을 맡은 우라조메는 살해당한 아사지마의 주머니에 있던 물건들을 비롯해서 지극히 평범하고 얼마 안 되는 단서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도출해내어 엘러리 퀸의 향기를 진하게 뿜어냅니다. 21살의 나이에 화려하게 데뷔한 아오사키 유고에게 헤이세이(현재 일본의 연호) 엘러리 퀸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라조메를 보면서 두 탐정 캐릭터가 생각났는데, 한 명은 당연히 엘러리 퀸이고 또 한 명은 시마다 소지가 창조한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입니다. 우라조메의 뛰어난 추리 능력 때문에 젊은 엘러리 퀸이 연상됐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똘끼(?) 충만한 천재의 면모는 미타라이가 10대였을 때 딱 저랬겠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습니다. 우라조메를 수사에 끌어들인 장본인이자 화자 역할을 맡은 1학년 생 하카마다 유노는 이런 우라조메를 놓고 탐정이라기보다는 은둔형 외톨이에 만화광이랄까?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구제불능 인간 같기도 해.” 라고 깔끔하게 정리해줍니다.

 

중간고사 만점을 기록하여 온 학교를 놀라게 한 천재지만, 가까이에 집을 두고도 학교 문예부실을 아지트 삼아 숙식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미소녀 포스터, 피규어, 만화와 DVD, 게임소프트에 빠져 사는 기인일 뿐 아니라 수사 의뢰를 거부하다가도 10만 엔이라는 돈을 제안하자 덥석 받아들이는 그야말로 제멋대로 인생을 즐기는 캐릭터입니다. 얄미워 보일 때도 있고, 잘난 척이 하늘을 찔러 재수 없기가 이를 데 없을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커버하는 것은 우라조메의 순수한 천재성입니다. 올해 본격미스터리 대상 후보까지 오른 아오사키 유고의 수족관의 살인우라조메 덴마 시리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성공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면 한번쯤 미타라이 기요시와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욕심이 듭니다. 부제를 갖다 붙인다면 왕재수 천재들의 진검 승부쯤 될까요?

 

당차고 똑똑한 탁구부 1학년 여학생 하카마다 유노를 비롯해서 가나가와 현경 수사 1과의 센도 경부, 유노의 오빠이자 형사인 하카마다 유사쿠, 50대의 관할서 순사부장 시라토 형사 등 조연들의 라인업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캐릭터들입니다. 물론 매번 가제가오카 고등학교에서 사건이 벌어질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관할구역이 주 무대가 된다면 매력적인 탐정과 조연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헤이세이 엘러리 퀸아오사키 유고의 차기작을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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