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0 링컨 라임 시리즈 10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 콤비의 10번째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론 4번째 만난 작품입니다.

4~5년 전쯤 코핀 댄서아니면 곤충 소년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그때만 해도 링컨 라임의 신체적 핸디캡이 적잖이 당황스럽게 여겨졌습니다.

물론 파트너이자 연인인 아멜리아 색스가 나머지 부분을 꽉 채워주고 있긴 했지만,

주인공 링컨 라임이 현장에서 활약할 수 없다는 점은 치명적인 한계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작품씩 읽어나갈수록 그의 뛰어난 추론과 판단력에 감탄하게 됐고,

그동안 좋아했던 현장을 뛰는 주인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복잡하고 거대한 사건일수록 미량 증거물을 통해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내는 지점에선

그야말로 화려한 액션에 못잖은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킬 룸은 링컨과 색스의 콤비플레이가 최대치로 발휘된 작품입니다. (신간이다 보니^^)

다만,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링컨은 왼손과 왼팔을 위한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고,

색스는 고질적인 관절염이 악화되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묘사되어,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데,

(그녀의 액션 장면만 나오면 괜히 제 무릎이 시큰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불편함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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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평검사 낸스 로렐은 연방기관인 국가정보활동국의 국장 슈리브 메츠거를 체포하기 위해

링컨과 색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녀가 내부 고발자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메츠거는 잘못된 정보와 자의적 판단에 의해 바하마에서 무고한 반미주의자를 살해한 셈인데,

링컨은 사건에 구미가 당기지만, 색스는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듯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링컨과 색스는 바하마의 저격수와 내부 고발자를 찾는데 주력합니다.

내부 고발자를 찾는 과정에서 색스는 수사를 방해할 의도가 명백한 연쇄살인과 맞닥뜨리고,

사건 현장을 찾아 바하마로 과감한 외출을 감행한 링컨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집니다.

하지만 검사 낸스는 정해진 결론을 향해 폭주하듯 자신의 의도대로 수사를 몰아가려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링컨과 색스가 현장에서 찾아낸 증거물은 그야말로 미량에 불과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바하마의 저격수와 의문의 살인자, 내부 고발자의 단서를 포착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단서들 덕분에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조차 모호해지고,

킬 룸이라는 암호의 의미는 물론 당초 추정했던 사건의 동기나 목적도 불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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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작품들보다 킬 룸은 방대한 스케일을 펼쳐놓습니다.

9.11 테러 이후 반미주의나 테러리즘을 상대하던 연방기관의 월권행위는 물론

워싱턴 정가와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연루된 다분히 정치적인 사건이면서,

동시에 목격자와 증인에 대한 잔혹한 연쇄살인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링컨과 색스는 미량증거물공감능력이라는 자신들만의 재능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타래를 천천히, 순서대로 풀어나갑니다.

사소한 현장 증거, 흐릿한 사진 한 장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는가 하면,

꼼꼼하게 기록해놓은 사건일지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파악해냅니다.

 

링컨과 색스의 활약도 매력적이지만, 중요한 조연으로 등장하는 검사 낸스 로렐과

정체불명의 살인자 제이컵 스완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뭔가 숨겨진 의도를 갖고 수사에 임하는 태도 덕분에 낸스는 번번이 색스와 충돌합니다.

자신이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려는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태도는 물론

위험한 반미주의자를 척결하려는 자국의 연방기관 수장을 체포하려는 목적도 의심스럽습니다.

정체불명의 살인자 제이컵 스완은 초반부터 뛰어난 요리 실력과 잔혹한 고문법을 선보이는데

링컨과 색스, 낸스를 노리는 그의 행보는 마지막까지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의 압권은 후반부에 연이어 터지는 반전에 있습니다.

역자의 말을 보면, 제프리 디버는 이야기를 뒤집는 것을 제외하고도

결말에만 반전을 최소한 3개 만들어 놓는다고 하는데,

킬 룸의 반전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연타로 터집니다.

당연하다고 여기게 만들어놓곤 여지없이 뒤집어버리는 제프리 디버의 반전은

그 어느 것도 함부로 예단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마음 깊이 각인시켜줍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후반부의 화려하고 정신없는 반전에 비해

중반부까지의 전개가 조금은 나이브하게 진행된 점인데,

초기의 작품들에 비해 자연스러움 흐름으로 인해 편해진 감이 있습니다.”라는

어느 분의 서평에 100% 공감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형태로 반복된 사건들, 조금은 장황한 설명들, 자연스럽고 편하게 보이는 전개 덕분에

중반부까지는 책을 손에서 뗄 수 없는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덜 느끼게 됐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링컨은 대수술을 앞두고 있고, 색스의 관절염은 위험수준에 이른 상태인데,

제프리 디버는 이들의 엔딩조차 반전을 선사하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곧 출간될 스킨 컬렉터에서 두 사람이 어떤 컨디션으로 활약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아직 링컨 시리즈의 첫 작품인 본 컬렉터를 읽지 못했는데,

그 쌍둥이 제목의 신간이 나온다고 하니, 그 전에 얼른 마스터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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