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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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도조 겐야 시리즈의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풀어서 말하면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 다만 호러에 많이 가까운 작품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50여 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두 괴담이 차례로 소개되고, 소설가인 미쓰다 신조가 두 괴담의 연관성과 미스터리 풀기에 나섭니다.

 

첫 괴담 엿보는 저택의 괴이는 토쿠라 시게루 등 네 명의 남녀학생들이 1980년대 중반 임대 별장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에 겪은 무서운 체험담입니다. 그들은 별장지 관리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숲에 들어갔다가 인적 끊긴 폐촌을 발견합니다. 불길한 기운을 느끼면서도 폐촌에 다가간 일행은 그곳에서 기이한 풍경과 마주합니다. 더구나 자신들을 엿보는 듯한 섬뜩한 시선이 느껴지자 급히 마을을 떠나 돌아오지만, 그 뒤로 그들에겐 원인불명의 죽음, 환각, 환청 등이 닥쳐옵니다.

두 번째 괴담 종말 저택의 흉사는 재야 민속연구자 아이자와 소이치의 미공개 저작물로 1930년대 중반 그가 토모라이 촌에서 겪은 괴담을 기록한 것입니다. 아이자와는 민속학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사야오토시와 절친이 됐는데, 그는 자신의 고향 토모라이 촌과 저주받은 사야오토시 가문에 대해 아이자와에게 털어놓습니다. 특히 그가 언급한 엿보는 괴물 노조키메에 큰 관심을 품었던 아이자와는 사야오토시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토모라이 촌을 직접 방문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조키메의 시선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사야오토시 가문에 들이닥친 대참사를 목격합니다.


 

명백한 픽션이지만 토쿠라 시게루의 체험담과 아이자와의 기록이라는 설정 때문에 읽는 내내 마치 실화나 논픽션을 읽는 듯한 오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더구나 화자인 미쓰다 신조는 프롤로그를 통해 독자에게 혹시 이 책을 읽는 중에 평소에는 느끼지 않을 시선을 빈번하게 느끼게 (된다면), 거기서 이 책을 덮기를 권합니다. 단순한 기분 탓이겠지만, 만일을 위해서입니다.”라는 진심어린(?) 경고를 하는데, 이제 막 본편의 첫 페이지를 읽으려는 독자들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기엔 더없이 좋은 장치입니다. 어쩌면 그 경고처럼 실제로 이 작품을 읽은 뒤 등 뒤나 천정, 열린 문 사이에서 자신을 엿보는 시선을 느끼게 된 독자가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앞서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도조 겐야 시리즈의 하이브리드,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 다만 호러에 많이 가까운 작품이라고 표현했는데, ‘도조 겐야 시리즈가 불가해한 현상이 원인이 된 비극을 다루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미스터리 서사에 따라 논리적인 해결을 이끌어냄으로써 호러와 미스터리의 깔끔한 융합을 선보이는 반면, ‘노조키메작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해결에 도전은 하되 결국 설명되지 않는 것은 억지로 설명할 필요도, 설명할 수도 없다는 식의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논리적인 해결에의 도전이 결코 무의미하진 않았는데, 미쓰다 신조는 본문 속 아이자와의 입을 통해서도 몇 번씩 그런 입장을 표명하곤 합니다.

 

노조키메 자체가 부조리한 존재인데도, 나는 그것이 초래하는 기괴한 현상을 논리적으로 다루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리석은 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번역자 현정수의 해설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대략 요약해보면,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둬야 하는 것이 호러이고, 영문을 알 수 없는 것을 단서를 찾아 논리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 미스터리인데, 밸런스 좋게 두 가지를 융합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현실적인 존재논리라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 어색하지 않게 엮어낸 것은 작가 미쓰다 신조의 능력이다.”

 

미쓰다 신조의 작자 미상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늦은 밤 조용한 방에서 혼자 읽기엔 조금은 불편한 작품입니다. 환한 대낮에 읽으면서도 문득문득 뒤를 돌아보게 되고, 방문이든 서랍이든 약간만 열려있으면 괜히 찜찜해서 일부러 꼭꼭 닫았으며, 쉬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책을 덮어둘 때도 의식적으로 표지에 눈길을 주지 않게 됩니다. (표지에 그려진 노조키메를 빤히 보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으슬으슬해집니다.) 스스로 바보 같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리 느낀 것은 미쓰다 신조가 프롤로그에서 던진 경고가 효과를 발휘한 탓일 수도 있고, ‘결국 범인은 현실 속에 있다는 미스터리 식 엔딩이 아니라 그것은 결국 불가해한 현상이었다는 정통 호러의 엔딩이 남긴 후유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찜찜함만 남을 수도 있지만, 그 찜찜함이야말로 미쓰다 신조가 노조키메를 통해 겨냥했던 목표라는 점에서 작가의 의도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라고 위안삼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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