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심각한 부상과 함께 대부분의 기억을 잃은 채 정신을 되찾은 에단 버크는 단편적인 단서들 덕분에 자신이 비밀수사국 특수요원이며, 실종된 동료들을 찾기 위해 소도시 웨이워드파인즈를 찾았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간 병원의 의사는 치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고, 도움을 청한 보안관 역시 태만한 모습만 보일 뿐입니다. 더구나 거리엔 차도 사람도 별로 없고, 집과 사무실은 도무지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위화감으로 가득 찬 웨이워드파인즈를 벗어나려 하지만 그때부터 연이어 위기가 닥쳐옵니다. 탈출자를 향한 주민들의 광란에 찬 테러, 전기철조망으로 둘러쳐진 마을 경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이한 생물체의 습격 등 몇 번의 큰 위기를 겪은 에단은 결국 웨이워드파인즈를 벗어나지 못한 채 낯선 공간에 도착하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처한 현실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중반부까지만 해도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비밀로 가득 찬 공포 스릴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어버린 비밀요원, 미지의 여인이 남긴 주소에서 발견되는 시체, 친절하거나 허술해 보이지만 어딘가 날선 무기를 숨겨놓은 듯한 의사와 보안관, 그리고 심장이 들여다보이는 괴물과의 사투 등 목숨을 건 에단의 탈출기는 말 그대로 한 순간도 안심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단의 고된 여정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후반부에 도착하면 이 작품의 실체, , 평범한 소도시를 무대로 한 암울한 디스토피아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제야 왜 이 작품의 소개글에 트윈 픽스’, ‘로스트’, ‘X 파일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작품들이 함께 언급됐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덕분에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암울함과 혼란스러움은 꽤 오래 지속됩니다. 내가 저 곳에 있다면, 저 곳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 곁에 있고 외부의 침입을 막아줄 튼튼한 전기철조망이 있더라도 과연 그것이 행복한 삶이 되어줄까, 라는 의문도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웨이워드파인즈는 보기에 따라 유토피아일 수도,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문과 회의에 대해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가 후속작인 웨이워드’, ‘라스트 타운에서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는 미지수지만,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공동체의 이미지보다는 블레이드 러너가 남겨준 비와 어둠, 깜빡이는 네온사인으로 잠식된 음울한 도시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떠오르는 것은 비단 저만의 경우는 아닐 것 같습니다. 과연 후속작들에서 에단 버크와 웨이워드파인즈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양새로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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