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과 가족에게 상처받은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세 사람의 일그러진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틀에 박힌 여자의 삶을 강요하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13살에 겪은 끔찍한 기억에서 도망치기 위해 경찰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아사야마 후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 학교는 물론 가족과도 절연한 채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며 고독의 노랫소리에 파묻혀 사는 요시카와 준페이,

그리고 불행한 가족사와 억압되고 왜곡된 성장기를 거친 끝에

완벽한 사랑으로 이뤄진 완벽한 가족을 꿈꾸며 잔혹한 연쇄살인마가 돼버린 마쓰다 다카시.

 

절도 수사팀의 후키는 편의점 연쇄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준페이를 만납니다.

가족은 물론 친구조차 없는 혼자라는 공통점,

그리고 고독한 삶을 원하지만, 고독한 삶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한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를 흐르게 만듭니다.

한편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고독한 삶을 부여받은 다카시는

완벽한 사랑과 이해로 충만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그에 걸맞는 여자를 찾아 나섭니다.

납치된 여자들에게 자신의 가족사가 담긴 비디오를 보여주며 고문과 세뇌를 가하지만

모두 그의 완벽한 가족의 마지막 퍼즐이 되기를 거부하다가 처참하게 죽어갑니다.

그리고 그가 점찍은 최상의 가족 후보는 바로 여경찰 아사야마 후키였습니다.

 

● ● ●

 

그리 편하게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가족은 인간의 안식처이지만, 모든 욕망과 억압의 씨앗이 뿌려지는 곳이기도 하다.”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하나같이 굴절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폭압적이거나, 기성의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행복해질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는 불행의 순도가 너무 높아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피해자의 신체를 고깃덩어리처럼 훼손하는 다카시의 범행은

잔혹한 사이코패스 물을 좋아하는 취향에도 불구하고 너무 끔찍해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읽기를 힘들게 했던 것은 고독에 대한 지나친 강조였습니다.

그들의 고독이 드리운 그늘은 너무 짙었고, 때론 자학에 가까울 정도로 보기 불편했습니다.

더구나 그 묘사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너무 방대하다 보니,

어떤 지점에 이르러서는 현실감은 떨어지고 작위적인 느낌만 남게 됩니다.

물론 이들의 고독이 불행한 가족사가 남긴 트라우마라는 점,

, 고독한 삶으로 인해 서로 악연 또는 인연을 맺게 된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것이 과한 나머지 이 사람들, 그저 철없는 어른들일 뿐이네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듭니다.

 

후키의 집요한 탐문과 준페이의 활약에 힘입은 사건의 해결 과정이라든가,

후반부에 밝혀지는 몇 가지 진실들 - 후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유년의 악몽이라든가

다카시가 희생자들에게 보여준 가족 비디오 속의 비밀,

그리고 다카시의 어머니가 그의 뇌리에 박아 넣은 괴물 같은 유산 등은

이 작품이 추리서스펜스 대상 수상작임을 보여주는 반증이자 미덕들입니다.

 

독자에게 강요하듯 동어반복적으로 묘사된 고독에 대한 지나친 강조만 아니었다면

수작으로 기억될 작품이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텐도 아라타의 작품으로는 애도하는 사람이후 두 번째 읽은 작품이었는데,

가족사냥이라든가 영원의 아이같은 그의 대표작이

초기작인 고독의 노랫소리의 아쉬움을 덜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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