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릭스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freak

1. ~에 광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

2. 괴짜, 괴물 같은 사람

3. 기형아, 기형인 것

4. 기이한 일

 

K** 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일어난 세 가지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호러 미스터리입니다. ‘프릭스라는 제목대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기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태어난 직후부터 외부와 완전히 통제된 채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한 약을 먹어온 다다시,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채 자신의 정체성과 죽은 남편의 과거를 추적하는 소노코, 그리고 추악한 외모의 의학자에 의해 곱사등이, 외눈박이, 비늘얼굴, 세 개의 팔, 누에인간 등 끔찍한 기형으로 개조된 다섯 명의 프릭스와 그들에 관한 악몽을 꾸는 작가가 등장합니다.

 

수록작 세 편 모두 진실 찾기를 뼈대로 삼은 미스터지만, 워낙 극단적인 이야기들이라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합니다. 그저 상상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캐릭터와 상황들로 꽉 차있고, 엔딩에 이르러서는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있다는 정도가 소개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수록작 모두 1989~1996년에 초고가 쓰인 이력을 갖고 있는데, ‘어나더어나더 에피소드S’에서 맛봤던 아야츠지 유키토의 호러 미스터리의 매력이 실은 꽤 오래 전부터 쌓여온 내공 덕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작품이 에도가와 란포의 외딴섬 악마와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영화 프릭스라는 두 걸작에 대한 오마주라고 밝혔습니다. ‘외딴섬 악마는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읽어봤거나 제목이라도 들어본 작품이지만, 영화 프릭스는 영 낯설어서 검색을 해보니 1932년 작품이었습니다. (참고로 2002년에 개봉된 괴물거미가 나오는 프릭스는 전혀 무관한 작품입니다.) 사지가 없는 자, 샴쌍둥이 자매, 팔로 걷는 사람, 난쟁이 등이 모인 서커스단이 등장하는데, 수록작 중 마지막 편인 프릭스-564호실 환자의 등장인물 설정과 거의 비슷합니다.

 

문득 쓰하라 야스미의 일레븐중 첫 번째 수록작인 오색 배가 생각났습니다. 거기에도 배에 머물며 흥행을 벌여 연명하는 기형의 존재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소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한 구단을 비롯, 팔 없는 청각장애인 가즈오, 무릎 관절이 거꾸로 달린 기요코, 분리된 샴쌍둥이 사쿠라, 다리가 없는 유키노스케 등입니다. 괴담이나 전설, 신에 대한 서사가 풍부한 일본 미스터리의 특징에 기형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국 독자들에겐 낯설기만 하지만 프릭스일레븐을 보면 호러에 대한 그들의 상상력은 그저 신기해 보일 뿐입니다.


요즘 같이 덥고 습한 날이라면 프릭스를 읽기에 딱 알맞은 시기입니다. 이왕이면 어나더시리즈와 시리즈까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미스터리를 연이어 읽는다면 책과 함께 하는 피서로는 제격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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