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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유어 데스 ㅣ 스토리콜렉터 22
루이즈 보스.마크 에드워즈 지음, 김창규 옮김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16년 전, 불의의 사고로 연인을 잃고 단기간의 기억마저 상실했던 케이트. 이후 미국으로 떠나 바이러스 학자로서, 잭의 엄마로서 살아가던 그녀는 남편과의 불화로 인해 16년 만에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느 날 거리에서 16년 전 죽은 연인의 쌍둥이 형 폴을 만납니다. 그를 통해 의문의 편지 한 통을 받아든 케이트는 16년 전의 사고 뒤에 뭔가 감춰진 진실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잃어버린 당시의 몇 달 간의 기억을 되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폴 역시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케이트를 도와 위험한 여정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그 시간, 치명적인 바이러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던 건트 박사는 수하인 존 샘슨에게 케이트와 폴의 제거를 지시합니다.
“세상의 위기와 주인공들의 로맨스와 무자비한 킬러와 기억상실증이 잘 조합된 결과”
역자 후기에 실린 문구인데, 이 작품을 한 줄로 깔끔하게 잘 요약한 표현입니다. 골치 아픈 트릭 대신 쉴 새 없는 긴장과 흥분을 선호하는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즉 전형적인 헐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캐릭터와 설정들로 가득 찬 스피디한 스릴러이며, 단숨에 500여 페이지를 완주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안전, 인류를 위협하는 최첨단 무기, 살인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킬러, 끊임없는 재난 속에서도 피어나는 아슬아슬한 로맨스 등 예측불허의 롤러코스터 같은 설정들로 꽉 차있기 때문입니다.
설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작가의 필력 역시 기성 작가 못잖은 힘을 갖고 있어서 신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줍니다. 16년 전 과거의 사건과 현재의 위기를 교차하며 잘 직조해낸 점도 뛰어났고, 현란한 표현 없이도 긴장감과 속도감을 놓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듯 페이지 터너로서 빠짐없는 미덕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캐치 유어 데스’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안고 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점은 주인공 케이트와 폴이 ‘평범한 민간인’이다 보니 결국 사건의 물리적 해결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물론 16년 전의 진실을 찾아가는 모든 수고는 주인공들의 몫이었고, 목숨을 건 물리적 충돌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며 위기를 극복해내긴 했지만, 역시 이 명백한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케이트를 위협하는 악당들의 캐릭터에 대한 것인데, 우선 건트 박사의 동기나 궁극적 목표가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져 보인 점입니다. 바이러스의 개발 이유에 대해 건트 박사가 나름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는 대목이 있긴 하지만, 좀 엉뚱해 보이기도, 추상적으로 보이기도, 의지에 비해 논거가 부족해 보이기도 해서 ‘악당의 자세’ 치고는 좀 어수룩해 보였습니다. 좀더 설득력 있는 동기나 목표가 제시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 한 가지는 ‘케이트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원했고, 그래서 죽이고 싶어 하는’ 킬러 존 샘슨의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언급할 수 없지만 악당의 캐릭터가 흔들리다 보니 살짝 맥이 빠졌던 게 사실입니다.
‘댄 브라운과 스티그 라르손, 마이클 크라이튼의 합작품’이라는 출판사의 소개 글이 약간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근거 없는 홍보용 멘트만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묵직한 주제의식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가벼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미덕을 여럿 지닌 만큼 다양한 독자층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두 작가의 합작이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시작됐으니 후속작 소식도 곧 들려올 것 같고, 무엇보다 첫 합작품인 ‘킬링 큐피드’의 출간도 기대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