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단편집을 만났습니다. ‘여름 빛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들은 형식적으로는 호러물로 분류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섬뜩한 느낌을 남기는 극단적인 호러물에서부터 눈가를 뜨끈하게 만드는 애틋하고 따뜻한 호러물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독특한 색깔과 느낌을 지니고 있어 정통 호러물에 비호감인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소구할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1부와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에 실린 세 편은 각각 1945, 1922, 192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2부의 세 편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이누이 루카가 훗카이도 삿포로 출신 때문인지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 지역들을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곧 죽을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닌 다카시(여름 빛), 죽은 자의 영혼과 만나게 되는 이시쿠로(쏙독새의 아침), 열등감에 휩싸여 동생을 향한 저주의 의식을 치르는 기미(백 개의 불꽃), 마술 뿐 아니라 공중부양의 능력을 지닌 소년 다쿠(Out of this world), 타인의 감정이 풍기는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아야코(바람, 레몬, 겨울의 끝) 등 현실을 뛰어넘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비현실적이라거나 허황된 느낌은 거의 받지 못 했습니다.

 

인물 뿐 아니라 독특한 설정들도 눈에 띄는데, 저주를 불러온다는 돌고래를 닮은 물고기인 상괭이, 불길한 기운을 한가득 담아뒀다가 동트기 전에 울음소리와 함께 온갖 곳에 뱉는다는 쏙독새, 동족인 금붕어는 물론 자신보다 큰 생물까지 뭐든지 먹어치우는 괴물 금붕어 등 호러물로서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유무형의 설정들이 곳곳에 산재해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표제작인 여름 빛바람, 레몬, 겨울의 끝이 마음에 들었고, 2부 첫 작품인 는 정통 호러물의 서늘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호러 여왕의 강림이라는 홍보 문구가 표지에 인쇄되어 있는데, 아주 조금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녀의 호러 단편집이 새로 출간된다면 주저 없이 집어 들게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간간이 눈에 띈 오타였습니다. 목차의 소제목 중 백 개의 불꽃이 내용에서는 백 개의 꽃으로 되어 있고, ‘다니카와다키자와(p46), ‘마코토마쿠토(p206) 등 인물 이름도 잘못 인쇄됐고, 그 외 부분적인 오타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난 점, 특히 마지막 작품 바람, 레몬, 겨울의 끝에서는 여러 차례 발견된 점이었습니다. 끝까지 잘 마무리 됐다면 좋았을 텐데 옥의 티처럼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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