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교장과 사감, 식사를 담당하는 코튼 부인 외에 10~12살 또래의 여섯 명의 학생이 전부인 이상한 학교가 황야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오전에는 일반적인 수업이, 오후에는 추리 실습수업이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 몇 달의 시간을 보내다가 교장과 사감의 손에 이끌려왔다는 점만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 학생이 도착할 거라는 소식과 함께 학교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돕니다. 이전에도 새 학생의 등장과 함께 학교전체가 위기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두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고 학교는 온통 피비린내에 휩싸이고 맙니다.

 

2013일곱 번 죽은 남자그녀가 죽은 밤등 두 편의 작품으로 미스터리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세 번째 국내 소개작입니다. ‘일곱 번 죽은 남자에선 특이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 덕분에 뇌 구조가 참 독특한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녀가 죽은 밤에선 빠르게 요동치는 재미와 함께 청춘 미스터리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한국 출간작인 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은 앞선 두 작품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녔습니다. 니시자와 야스히코를 소개할 때 늘 빠지지 않는 문구가 ‘SF적인 독특한 설정입니다. ‘신의 로직~’에는 SF적인 설정은 물론 밀실트릭과 서술트릭에다 아무도 예상 못한 진범 찾기등 다채로운 코드가 한데 버무려져 있습니다.

 

명백히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에 학교의 일상들이 워낙 평범하게 묘사돼서 별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감지되는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 때문에 독자는 기묘한 느낌을 유지한 채 한 페이지씩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들 정도로 사전포석을 탄탄히 쌓은 작가는 중반부쯤 새로운 학생의 등장과 함께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 지점부터 그의 특기인 롤러코스터 식 업다운이 시작되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단숨에 내달릴 정도로 가속력이 엄청납니다.

 

교장은 왜 이 황야 한 복판에 이상한 학교를 세웠는지, 삶의 보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 사감과 코튼 부인이 머무는 까닭은 무엇인지, 현재 학교에 머물고 있는 여섯 명의 학생들의 정체와 과거는 어땠는지 등 모든 퍼즐들이 후반부에 하나씩 맞아들어 가면서 (약간은 SF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작가의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메시지 속에는 사회적인 이슈도 녹아있고,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개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도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만약 현실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라며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 독자들에게 묻기도 합니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기준으로만 보면 일곱 번 죽은 남자그녀가 죽은 밤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느낌입니다. 후반부의 전광석화 같은 전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긴 했겠지만 역시 지루한 초반부가 아쉽게 느껴진 건 사실입니다. 특정 작품의 엔딩과 비교되는 마지막 몇 페이지는 뒤통수를 맞았다!” 아니면 이게 뭐야?” 식으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Something New를 찾는 독자들에게는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전작들 못지않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주특기인 SF적인 설정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기발하고 속도감 넘치는 닷쿠&다카치 시리즈가 좀더 빨리 출간되는 것입니다. 만약 신의 로직~’ 속에 닷쿠와 다카치 콤비가 등장했더라면 좀더 독특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 정도였으니까요. 올해 안에 적어도 한두 편쯤은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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