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나름 미스터리와 스릴러 마니아라고 자평하면서도 대가의 반열에 올라있는 스티븐 킹의 작품은 2013년에 읽은 ‘11/22/63’이 처음이었고, ‘조이랜드가 두 번째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는 여러 편 봤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일은 훨씬 더 각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 스티븐 킹은 미지의 땅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읽은 두 작품 모두 호러물의 대가라는 그의 별명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었지만, 타고난 스토리텔러이자 강력한 페이지 터너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이랜드는 성장소설이면서 살인사건과 판타지가 혼합된 독특한 장르의 작품입니다. 1973년에 21살을 맞이한 청년 데빈 존스가 놀이공원 조이랜드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겪은 각별한 성장기를 기반으로 그 또래 청춘이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하는 로맨스는 물론 미궁에 빠진 4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 찾기가 나란히 전개됩니다. 거기에, 심안(心眼)의 능력을 지닌 영매와 죽은 자의 유령들이 등장하면서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영역까지 넘나듭니다.

400여 페이지의 분량이 금세 소화될 정도로 쉽고 편하게 읽히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성장과 로맨스, 스릴러와 판타지가 쉴 새 없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한 작품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와 감정을 만나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험입니다.

 

이런 특이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 없는 책읽기가 가능했던 것은 워싱턴포스트의 추천 글처럼 캐릭터와 직접 본능적으로 교감하는 킹의 능력덕분이었습니다. 화려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 평범한 문장들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심지어 영매와 유령에 이르기까지 내 주위의 인물들처럼 뚜렷한 존재감과 사실감을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21살의 청춘이 겪는 자잘한 해프닝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고, 불치병을 앓고 있는 소년 마이크와의 인연, 그의 어머니 애니와의 로맨스는 안쓰러움과 애틋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끔찍한 살인사건과 그보다 더 끔찍한 유령의 존재는 서늘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조이랜드의 즐거운 책읽기 덕분에 스티븐 킹의 진면목과 마주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들을 찾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영화를 통해 이야기의 결말까지 알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그의 문장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한 가지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가끔씩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매끄럽지 못한 번역입니다. 대체로 큰 무리는 없었지만 직역(直譯)처럼 보이거나 올드하게 느껴지는 문장이 꽤 눈에 띄었습니다. 어법에 맞지 않거나, 어색한 문장들도 있었는데, 가령, 이런 경우입니다.

 

사흘 뒤에 나는 그해 여름 웬디 키건한테서 편지 단 한 통만을 받았다.”

 

그 외에도 몇몇 사례가 있지만, 앞뒤 맥락까지 전부 인용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들이라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습니다. 출간 전 마지막 단계에서 꼼꼼히 수정됐다면 좀더 편안한 책읽기가 됐을 텐데, 아무튼, 옥의 티처럼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