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2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덴마크의 대테러대책국 경감 쇠렌은 헝가리 정보국으로부터 상당히 위험한 물질이 덴마크에 반입된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지만 반입 경로는 물론 용의자 추정조차 하지 못한 채 초조한 시간을 보냅니다.

헝가리이지만 집시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온 터마스는 구 소련군의 주둔지에서 돈이 될 법한 물건들을 뒤지던 중 고가에 팔릴 수 있지만 동시에 절대 손대서는 안 될 물건을 입수합니다. 한편 심각한 위험에 빠진 난민 청년이 있다는 연락을 받은 니나 보르는 그의 은거지를 찾지만 그를 만나지도 못한 채 다른 난민들의 위협만 받습니다. 문제는 그 청년이 앓고 있다던 증상과 유사한 정체불명의 병에 걸리고 만 점입니다.

터마스의 형 샨도르는 동생을 찾기 위해 덴마크에 왔다가 뜻하지 않은 위험에 처하지만 니나 보르 덕분에 겨우 위기에서 벗어납니다. 하지만 샨도르와 니나 보르의 만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사태를 초래합니다.

 

북유럽 여성 듀오 작가의 니나 보르 시리즈두 번째 작품이 생각보다 빨리 출간됐습니다.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이자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캠프 직원인 니나 보르가 시리즈 첫 편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에서 보여준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모습 덕분에 두 번째 작품인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역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레네 코베르뵐과 아그네테 프리스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잘 읽히고,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에 이어 시리즈를 번역한 이원열의 문장도 깔끔합니다. 덕분에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분량은 술술 잘 넘어가고, 각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위기는 현실감 있게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문 탐정이나 형사가 아니다 보니 이번엔 또 어떻게 사건에 휘말리려나, 이런저런 예상을 했었는데, 조금은 아쉽지만 이번엔 사건을 해결하는 원톱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위기에 빠진 주요 인물정도로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대신 원톱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아니고, 헝가리언 집시 형제, 덴마크의 중년 경감과 노년 부부 등 다양한 캐릭터가 니나 보르와 함께 조금씩 주인공의 자리를 분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멀티 주인공을 포진한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즉 중요한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다보니 이들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초반부의 적잖은 분량이 할애되는데, 그로 인해 모든 인물들이 사건의 중심에 모여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샨도르 형제의 처지를 설명하기 위해 헝가리안 집시들의 고달픈 삶이 장황하게 묘사됐고, 대테러대책국의 쇠렌 역시 초반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중심에는 너무 늦게 도착했습니다. 주인공인 니나 보르는 딸 이다와의 트러블 묘사에 집중한 나머지 거의 1/3이 지난 지점에서야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주부 간호사라는 캐릭터의 특징 상 형사나 탐정처럼 늘 목숨을 걸 정도의 긴박한 사건에 연루되긴 힘들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녀가 취한 스탠스 방관자 또는 어쩔 수 없이 휘말려든 는 주인공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유럽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와 이슈들을 테마로 내세운 점이나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그 이슈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사실감 있게 묘사한 점은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구 소련의 잔재, 집시에 대한 핍박, 동유럽 난민의 현실, 인종과 종교의 문제 등 한없이 무겁고 다루기 힘든 주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두 여성 작가의 필력 덕분에 픽션 속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초반부의 장황한 묘사들이 낳은 지루함만 극복했더라면, 또 조금 과장됐다는 평을 듣더라도 니나 보르가 사건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끌고나갔다면 좀더 긴장감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니나 보르의 세 번째 사건에서는 그녀가 좀더 사건과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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