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한가운데 밀리언셀러 클럽 134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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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체포 중 일어난 사고 때문에 직장(경찰)과 가족 모두에게 결별을 고한 매튜 스커더는 호텔 방에 기거하며 일상의 절반쯤은 버번에 취한 채 살아가는 무면허 탐정입니다. 한편 그 자신이 부패경찰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부패를 특별검사에게 일러바친브로드필드는 고급 콜걸 살해 혐의로 체포된 후 스커더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스커더는 브로드필드 주변 인물들에 대한 집요한 탐문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냅니다. 그 과정에서 내부 고발자를 곱게 보지 않는 예전 동료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의뢰인의 아내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기도 하거니와 소위 고위층이라 불리는 자들의 추악한 인격을 파헤치기도 합니다. 사건은 진범 체포와 함께 마무리 되고 그의 로맨스 역시 해피하게 이뤄지는 듯 보였지만, 정작 마지막에 이르러 매튜 스커더 앞에 던져진 엔딩은 고독하고 불행한 그의 운명처럼 씁쓸하게 마무리되고 맙니다.

 

로렌스 블록과 처음 만난 것은 1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아직까지 제 책장에 당당히 꽂혀있는 백정들의 미사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는데 지금은 줄거리조차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눈에 확 끌리는 제목 때문에 찾아 읽은 것 같다고 추정될 뿐입니다. 고백하자면 백정들의 미사외에도 아버지들의 죄’, ‘800만 가지 죽는 방법’, ‘무덤으로 향하다등 로렌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세 권이나 꽂혀있지만, 어찌하다 보니 도서관에서 빌린 시리즈 2죽음의 한 가운데를 먼저 읽게 됐습니다.

 

요즘 발표되는 미스터리나 스릴러에 비하면 비교적 잔잔한작품입니다. 사건은 소소하고, 반전 역시 딱히 충격의 강도나 규모 면에서 강렬하지 않습니다. 1976년에 발표된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그런 점들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매튜 스커더라는 무면허 탐정이자 고독한 뉴요커에 있습니다.

 

만만치 않은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불행한 기억들을 마음속에 담아둔 채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매튜 스커더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한결같은 모습입니다. 용의자를 대할 때는 웬만한 상황에서도 절대 흥분하지 않으며, 간결한 언어와 확실한 액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캐릭터입니다. 로맨스의 상대를 대할 때 역시 침묵도 대화만큼이나 그 나름의 방식으로 수많은 의미가 오고 간다라는 묘사처럼 화려한 수사(修辭)보다는 애정 어린 눈빛과 묵직한 진정성을 앞세웁니다. 그런 그의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주는 유일한 친구는 독한 버번 위스키 뿐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고 장르물로서의 매력은 조금은 부족한 작품이지만, 매튜 스커더라는 캐릭터 덕분에 책꽂이에 꽂혀있는 그의 시리즈들을 머지않은 시간 안에 탐독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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