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프로야구 두산의 시스템을 화수분 야구라고들 칭하는데, 일본 미스터리 역시 화수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새로운 소재와 캐릭터, 기발한 발상으로 무장한 신인들의 작품이 매년 풍성하게 쏟아지는 일본 미스터리 문단을 지켜보고 있으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국도 최근 들어 수준 높은 신작과 신인들이 독자들을 찾고 있지만, 장르물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 때문인지 일본만큼의 화수분을 기대하긴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가와이 간지라는 걸출한 신인이 자아낸 독특한 데뷔작 데드맨32회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기에 조금도 모자라지 않은 수작입니다. 신체의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된 여섯 구의 연쇄살인 피해자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속 아조트를 연상시키는 엽기적 살해수법, 그리고 자신을 피살자들의 조각난 신체부위로 접합된 데드맨이라 여기는 정체불명의 남자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의 산물들이 작품 곳곳에 포진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내내 긴장감 속에 다음 상황을 기대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장르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차분하면서도 엉뚱한 발상을 지닌 중년의 가부라기를 비롯, 괴짜 영건 히메노, 불만분자 마사키, 프로파일러이면서도 프로파일링을 불신하는 사와다 등 개성 강한 캐릭터로 뭉친 4인조 경시청 형사들의 활약 역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굴곡을 지닌 채 이야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인의 데뷔작을 비범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예측불허의 이야기 전개입니다. 조금씩 드러나는 데드맨과 그를 간호하는 여의사의 정체, 몇 달이 지나도록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가부라기에게 날아든 의문의 이메일, 그를 기반으로 가부라기 4인조가 밝혀내는 오래된 구원(舊怨)의 히스토리, 그리고 진범 확증과 함께 폭로된, 그릇된 탐욕이 야기한 참혹한 연쇄살인의 진실 등 새로운 스토리텔러의 진가를 목격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어서 반나절도 채 안 돼 마지막 페이지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번역자의 후기를 보면 작가의 변을 짧게나마 접할 수 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미스터리를 쓸 거라면 점성술 살인사건을 쓰던 즈음의 시마다 선생이 지녔던 기개에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였습니다. ‘점성술 살인사건에 대한 오마주에 가까운 작품을 쓰면서 이만큼 자신감 있는 변을 내놓은 걸 보면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7, 일본에서 가부라기 4인조가 활약하는 드래곤플라이가 출간됐다고 하는데, 내년쯤엔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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